▶ 연간 970억 달러 현금흐름 기반…고객사 대상 투자는 ‘순환거래’ 우려도

젠슨 황 엔비디아 CEO [로이터]
인공지능(AI) 칩 1위 기업인 엔비디아가 AI 기업 투자사 역할까지 자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엔비디아는 올해 들어서만 AI 인프라 전반에 걸쳐 400억 달러(약 58조원)의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고 경제방송 CNBC가 공시 자료 등을 분석해 10일 전했다.
이 가운데 가장 큰 규모를 차지한 것은 300억 달러를 투입한 오픈AI이며, 앤트로픽과 일론 머스크의 AI 기업 xAI 등도 포함됐다.
이 밖에도 데이터센터 운영사 아이렌과 유리·광섬유 제조사 코닝, 광학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인 마벨·루멘텀·코히어런트 등에도 돈을 댔다.
자사 AI 칩 고객들인 코어위브와 네비우스 등 '네오클라우드'로 불리는 신흥 AI 클라우드 기업에도 자금을 지원했다.
엔비디아는 지난 회계연도에도 비상장기업·인프라펀드에 175억 달러를 투자했다.
이에 따라 엔비디아의 재무제표상 비상장 주식의 가치는 지난 1월 말 기준 222억5천만 달러를 기록해, 1년 전의 33억9천만 달러에서 6곱절 이상으로 치솟았다.
상장 주식에 대한 평가이익도 89억2천만 달러로 기록됐는데, 이는 지난해 9월 발표한 인텔 투자의 성과에 힘입은 것이다.
엔비디아의 이와 같은 광폭 투자 행보는 자사 칩에 대한 수요를 뒷받침하고 AI 공급망 전체를 지원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한 팟캐스트에 출연해 "훌륭하고 놀라운 기반모델(파운데이션모델) 기업이 무척 많아 그들 모두에 투자하려고 노력한다"며 "우리는 승자를 고르지 않는다. 모두를 지원해야 한다"고 투자 방침을 설명했다.
이 같은 투자는 황 CEO가 그간 AI 산업을 에너지, 칩, 인프라, 모델, 애플리케이션으로 이뤄진 5단 케이크에 비유하면서 윗단계로 갈수록 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한다고 강조해온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엔비디아의 투자금은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을 바탕으로 한 막대한 현금흐름에서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 엔비디아는 지난 회계연도에만 잉여 현금흐름 970억 달러(약 142조원)를 창출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와 같은 엔비디아의 투자에 대해 과거 '닷컴 거품'을 키운 순환 거래와 유사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웨드부시 증권의 매슈 브라이슨 분석가는 엔비디아의 투자 행보에 대해 "순환 투자에 정확히 부합한다"고 지적했고, 미즈호의 조던 클라인 반도체 담당 분석가는 특히 네오클라우드에 대한 투자에 대해 "의문스러운 부분"이라고 회의적인 평가를 내렸다.
황 CEO는 지난 2월 실적발표 당시 "우리의 투자는 (AI) 생태계 범위를 확대하고 심화하는 데 전략적으로 매우 명확하게 집중돼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