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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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한 사고를 하라

2014-07-14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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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브라이언 김 경영칼럼

▶ 터보에어 그룹 회장

“지성에서는 헬라인보다 못하고, 체력에서는 켈트인이나 게르만인보다 못하고, 기술력에서는 에루투리아인보다 못하고, 경제력에서는 카르타고인보다 뒤떨어지는 것이 로마인라고, 로마인 스스로 인정하고 있었다”

16년 동안 16권의 책으로 로마 500년 역사를 섬세하고 예리한 시각으로 집필해 세계를 놀라게 한 시오노 나나미 여사의 로마인 이야기는 위와 같은 서문으로 시작된다. 이처럼 모든 면에서 능력이 떨어진 작은 도시국가에 불과했던 로마가 자신들보다 강력한 경쟁 국가들을 차례로 격파하고 대제국을 건설한 로마인들의 지혜는 오늘날 기업경영에 그대로 적용해도 손색이 없을 것 같아 나름 정리해 본다.

첫째 로마인들은 누구에게나 배우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자신들이 야만인이라고 경멸하던 삼니움 족과의 전투에서 번번이 패한 원인이, 그들이 사용하는 창의 우수함에 있었음을 발견하고 오랫동안 사용하던 로마군의 창을 과감히 바꿔 다음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다.


이렇게 로마인들은 적들의 무기와 전술 등 무엇이든지 자신들보다 우수한 것은 적극 배우고 받아들이는데 망설임이 없었다. 그 결과 전성기 로마군의 주력 무기 대부분은 적들의 무기를 새롭게 개선한 것들이 많았다.

둘째 이와 같이 배우고 습득한 지식은 모두 메뉴얼로 정리해서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었다. 심지어 야영텐트 하나 치는 것까지 체계화 하고 적과의 전투에 패하더라도 최소한의 피해를 입도록 지침서를 만들어 사용했다. 따라서 교범대로 싸우면 어지간한 능력의 지휘관이라도 어떤 경우든 최소한 전멸은 피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지침서는 그대로 죽어 있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전술이나 무기가 개발될 때마다 생생한 현장의 경험과 이론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업데이트 되었고 즉시로 모든 전투에 적용 하였다.

셋째 실패를 용인하는 관용이 있었다. 고대 국가 중 로마는 전투에서 패한 지휘관을 처벌하지 않는 유일한 국가였다. 전장에서는 아귀처럼 싸웠지만 항복한 적장은 비겁하지 않는 한 살려줬고, 유능한 사람이라 판단되면 적이라도 로마군 지휘관으로 등용하는 개방성과 관대함이 있었다. 이는 오랜 세월의 노력과 나름대로의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실패도 소중한 자산임을 인정한 그들의 합리적 사고를 반영한 것이다. 그리고 같은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경험이고 이는 국가의 영속성에 중요한 요소임을 로마인들은 알고 있었다.

넷째 국가를 체계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시스템 구축이다. 귀족정치와 왕족정치로 일관했던 경쟁국들과 달리 모든 시민에게 관직을 개방하고 신분에 상관없이 실력만으로 인재를 발탁해 능력을 발휘토록 했으며, 이는 식민지 국민에게도 똑같은 기회를 주었음은 물론이다. 어떠한 인간도 완벽한 능력을 갖춘 사람은 없으며, 아무리 탁월한 사람도 영원히 존재할 수 없음은 진리다. 따라서 한 명의 천재적 리더에 의존하는 조직의 위험성을 간파한 로마인들은 인재들을 두껍게 배치해, 통수권자의 유고 등 국가적 위급한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이 체제가 유지되도록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이러한 것들을 가능케 한 그들의 개방정신은 로마인들의 ‘유연한 사고’로부터 왔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더욱 치열해지는 경쟁시대에는 어제의 성공이 오늘의 성공으로 이어지지 않으며, 지금의 성공도 내일의 성공을 보장하지 못한다. 따라서 각 조직은 끊임없이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여 기존 업무를 개선하지 않으면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또한 리더는 자신이 계획했던 프로젝트라도 진행 중 오류가 발견되거나 환경이 바뀌면 과감한 수정이나 폐기도 서슴지 말아야 한다. 어떤 사람은 일관성의 중요함을 주장하지만 경영에서 일관성이란, 오직 성공을 위한 행동, 그 한가지 밖에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일관성이 하드웨어라면 유연성은 그것을 구동시키는 소프트웨어다. 따라서 유연한 사고가 결여된 일관성은 자신의 채면을 세우기 위한 명분일 뿐 실패로 가는 고속도로임을 잊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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