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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 유형은 달라도 원인은 가정에”

2014-07-1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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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방학 특별기획-각종 중독에 빠지는 한인 청소년들

▶ (2) 중독 원인과 폐해. 청소년 중독을 바라보는 한인사회의 시선

롱아일랜드에 거주하는 50대 한인 이모씨는 요즘 아들 문제로 골머리를 썩고 있다. 내년에 대학에 진학해야할 아들이 얼마전부터 친구들과 어울리며 마리화나를 즐기더니 급기야 중독성이 심한 마약에도 손을 대는 것 같기 때문이다.

전문직에 종사하며 안정된 생활을 누려온 이씨는 그동안 모자람 없는 풍족한 환경을 지원하며 큰 기대를 걸어왔던 아들을 탈선의 길로 이끈 불량한 친구들이 원망스럽기만 하다. 아들이 친구들을 못 만나도록 철저히 단속하자 이제는 우울증 증세까지 보이고 있어 결국 정신건강 상담사를 찾았다.

정신건강 전문가들에 따르면 십대 청소년기에 마약과 알콜 등의 약물중독에 빠질 경우 한창 성장기의 뇌에 물리적인 악영향을 끼치게 되고 정상적인 상호관계를 통해 생성돼야 할 도파민 등의 행복감 유발 호르몬이 정상적으로 만들어지지 않게 된다. 결국 약물을 통해서만 행복감과 쾌감을 얻을 수 있는 재기불능의 중독 상태에 이르기 쉽다는 것이다.


게임 중독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사고능력을 지속적으로 저하시켜 창의력 상실, 현실 도피, 폐쇄적·폭력성, 거짓말, 편집증, 의욕상실, 협동 생활 장애, 정서불안 등을 유발 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또 이 같은 청소년 중독현상에 대해 그 유형은 다를지라도 원인은 주로 부모와 가정에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고 진단하고 있다.

한미정신건강협회(회장 조소연)에서 정신질환 및 중독환자 가족을 대상으로 한 서포트 그룹을 운영해온 제니퍼 임 사회복지사는 "마약·알콜·게임 중독 청소년 자녀를 둔 학부모의 가장 큰 문제점은 자녀의 탈선 원인을 자꾸 외부에서 찾으려 한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임 사회복지사는 "이들 부모들의 공통적인 점이 바로 ‘내 자식을 그럴 리가 없는데 친구를 잘못 만나서, 주변 환경이 좋지 못해서’라는 식의 태도"라며 "정작 주목해야할 점은 우리 청소년들이 왜 마약·알콜·게임으로 빠져들게 됐나하는 근본적 원인부터 따져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즉 청소년들이 다양한 중독 현상으로 빠져드는 과정자체가 ▲부모의 불화 ▲가정 내 소통부재 ▲부모 자식 간 문화 적응속도 차이 ▲가정폭력 ▲과도한 학업 스트레스 ▲소질 및 적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 등에서 기인하는 ‘낮은 자존감’과 ‘심리적 불안정감’으로 ‘현실도피’와 ‘자포자기’ 상태로 이어지기 쉽다는 설명이다.

임 사회복지사는 "한인가정의 초점은 주로 ‘자식’에게 맞춰져 어머니가 주도하는 아이들의 교육문제를 주요 화두로 삼고 아버지는 가정의 중심에서 소외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부모간의 불화로 발전해 정서적 균열을 일으킬 소지가 크다"며 "결국 부부간의 원활한 관계가 자식들의 자존감과 안정감을 높인다는 사실을 간과하는 한인이 많다"고 꼬집었다.

임 사회복지사는 "한인사회가 청소년 중독문제를 바라보는 시선 또한 교정할 필요가 있다"며 "각종 중독 증세에 시달리고 있는 아이들은 이미 실패했거나, 탈선했거나, 재기불능인 대상이 아니라 부모와 사회의 따뜻한 관심과 도움이 필요한 대상임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천지훈 기자> A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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