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처럼 집값이 비싸고 집을 구하기가 힘든 곳도 흔치 않다.그렇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뉴욕시는 미국 내 유일하게 ‘셸터를 가질 권리 (Right to Shelter)’가 보장되는 곳이다. 1981년 캘러한 대 캐리 (Callahan v. Carey) 케이스에서, 뉴욕시는 모든 이가 몸을 가누고 안전히 머물 수 있는 곳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주장에 손을 들어주었다.
그렇지만 최근 10년간 뉴욕시의 홈레스 인구는 늘어만 가고 있다. 현재 뉴욕시에서 운영하는 홈레스 셸터들은 매일 밤 5만 명 이상의 사람들을 재우고 있지만 수천 명이 셸터에 들어가지 못하고 길거리에서 잠을 청한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침체된 경기에 치솟는 집세와 물가 상승을 견디지 못하고 집에서 쫓겨나는 사람이 많은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한인들 가운데 홈레스 문제를 우리 이웃의 일이라고 여기는 사람은 흔치 않다. 으레 홈레스라고 하면 게으르고 술과 약물에 중독되어 가망이 없는 사람, 정신병 환자… 등등 고정된 모습을 상상하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홈레스 인구에는 중독 및 정신 치료가 필요한 사람이 많다. 하지만 홈레스 현상의 가장 원초적인 원인은 가난에 있다. 실제로 뉴욕시 5만 명의 홈레스 셸터 거주자 중 대부분이 싱글이 아닌,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홈레스가 된 가족들이다 (자녀를 둔 성인이 36% 가량, 미성년자 42 % 가량).
가난과 불안정한 생활이 홈레스의 원인이라면, 우리 이민자 커뮤니티에게도 이것은 먼 이야기가 아니다.. 길거리에서 자는 사람들만이 홈레스인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안정된 집이 없어 친척, 친지의 신세를 지며 항상 오늘 내일 쫓겨날까 불안해하는 사람들, 직접 아파트 계약을 할 형편이 되지 않아 쪽방을 빌려 살면서 주인집의 횡포를 참아내야 하는 사람들, 주소가 일정치 않아 신용이나 경제생활을 원활히 하지 못하는 사람들.
흔히 우리 커뮤니티에서 볼 수 있는 이민자들의 모습이며, 이런 불안요소가 홈레스로 이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특히 여성, 아이가 있는 싱글 맘은 더욱 힘들다. 가정 폭력을 겪는 경우에는 말할 것도 없이 홈레스 위기가 더 높다.
무지개의 집에서는 갈 곳이 없는 아시안 여성들에게 쉼터를 제공한다. 쉼터에 찾아오는 많은 사람들이 “뉴욕엔 저를 도와줄 가족 친구 하나 없어요”라는 말을 한다. 참 가슴 아픈 말이 아닐 수 없다. 이민자들은 친지, 친구, 동료 등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네트워크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한인 이웃의 문제를 남의 일로 치부하지 않는 커뮤니티의 역할이 더욱 중요한 것이다.
셀터를 제공하고 충격에 상처받은 마음을 다독여주는 것이 무지개의 집의 역할이라면, 이웃이 이러한 위급상황에 빠지지 않도록 주위에 관심과 도움의 손길을 나누어주는 예방조치를 취하는 것은 우리 커뮤니티 모두의 역할일 것이다.
김새남 (가정상담소 무지개의 집 사회복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