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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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으로 가득 남해바다 그 안에 보석 같은 항구

2014-06-2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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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서남부 기행 - 여수-통영-거제

▶ 한려수도 수려한 풍경, 통영은 `동양의 나폴리’ 거제 포로수용소에선 역사의 아픔 가슴에…

섬으로 가득 남해바다 그 안에 보석 같은 항구

거제와 부산을 연결하는 거가대교는 화려한 외관이 한 폭의 그림이다.

섬으로 가득 남해바다 그 안에 보석 같은 항구

미륵산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통영과 한려수도의 수련한 모습은 절로 탄성을 자아내게 만든다. 이날 짙은 해무 때문에 사진은 자료사진을 이용했다. <뉴시스>

고깃배들이 여유롭게 파란 바다를 오가고, 섬을 넘으니 또 다른 섬, 그래서 하늘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보니 바다의 섬이 아니라 ‘섬의 바다’로 가득 한 곳. 크진 않지만 올망졸망 온갖 재미와 이야기 거리가 넘쳐 우편엽서 한 장에 방금 떠오른 생각을 몇 자 적어 우체통에 넣고 싶은 곳. ‘동양의 나폴리’로 불리는 경상남도 통영이다.

평지가 별로 없어 보이는 시내에 들어서니 좁은 도로를 따라 집과 상가들로 촘촘히 묶여 있다. 답답할 것만 같건만. 상쾌한 공기가 이를 날려버린다. 시내 중간을 가르는 바다에서 시원한 바람이 구석구석 불어오기 때문이다. 바다에 끊긴 공간을 연결하는 충무교와 통영대교, 그 옆으로 굴 양식장이 이어진다. 자동차 대신 걸어서 건너다 중간에 서서 잠시 사방을 바라보는 것도 통영의 맛을 느끼는 색다른 방법일 듯 싶다.


■미륵산에서 만난 한 폭 풍경화


통영의 큰 그림을 보고 싶다면 높은 곳이 제격이다.

지상에서 미륵산을 연결하는 1,975미터의 국내 최장이라는 케이블카가 움직이며 고도를 높이자 통영의 전경이 한 꺼풀 한 꺼풀 벗겨진다. 정상에 내려 계단을 따라 10여분 올라가 도착한 곳이 한려수도 전망대다.

통영시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고, 조금 눈을 남쪽으로 돌리니 섬의 바다를 이룬 한려수도의 수려한 경관이 펼쳐진다.

이 좋은 풍경을 아쉽게도 해무가 가로 막으니 안타깝다. 청명한 날이면 원색의 미를 가감 없이 느낄 수 있겠건만, 가는 날이 장날, 딱 그 짝이 돼 버렸다. 전망대 옆으로 난 산길을 따라 밑에서부터 걸어서 올라온 한 등반객도 땀흘린 보람이 사라진 듯 “날씨가 좋으면 대마도도 보이는데…”라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한다.


■역사를 만나다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한려수도의 수많은 섬들 사이로 나 있는 바닷길을 보니 400여년 전으로 시계를 돌려본다.

왜군의 파상공세로 국토가 쑥대밭이 되고 있던 1592년 7월 내 눈 앞에 펼쳐진 바다에서는 충무공 이순신이 이끄는 조선 해군이 전력 열세에도 불구하고 지형을 이용한 뛰어난 전략과 용맹으로 적 함대를 궤멸시키는 전과를 올렸다.


바로 ‘한산대첩’이다. 진주대첩, 행주대첩과 함께 임진왜란 3대 대첩으로 유명하다.

기습과 퇴각을 반복하며 저 좁은 바다로 왜군을 유인하는 과정은 얼마나 긴박했을까. 그리고 마침내 적의 함선들이 좁은 공간에 몰리자 일자 대형으로 있던 조선 해군이 순식간에 ‘학익진’(학이 날개를 펼친 듯 한 모습) 전법으로 적들을 포위하며 섬멸하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가슴이 벅차오른다.


■곳곳에 이야기가 있는 곳

대도시는 아니지만 볼거리가 적지 않다.

그 중 동파랑 벽화마을은 사람 사는 냄새를 느낄 수 있어 통영의 추천 코스 중 하나로 손꼽힌다. 생활이 어려워 남들이 좋아하지 않은 높은 곳에 집을 짓고 살아야 했던 서민들. 그런데 어느 날 찾아온 재개발 계획에 삶의 터전을 잃지 않기 위해 시작된 것이 그림이었다.

건물 벽과 담에 그려진 온갖 그림들은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을 불러 모았고, 이젠 시도 지원을 아끼지 않는 명소가 됐다.

가파른 골목을 따라 그려진 그림들 속에서 우리들의 모습을 느끼게 만들어 준다면 너무 과한 표현일까?통영은 문화의 공간으로도 유명하다. 한국 문학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소설가 박경리씨의 묘소가 미륵산 뒤에 있고, 음악가 윤이상 기념관과 청마(유치환) 문학관도 통영에 있다.

역사를 만날 수 있는 곳도 많다.

특히 이곳은 조선시대 임진왜란 당시 왜군을 무찌른 이순신 장군과 관련된 것이 곳곳에 있는데, 세병관과 삼군수도 통제영, 한산대첩 기념비 등이 대표적이다.


■전쟁의 아픔 간직한 포로 수용소

시원한 국물 맛이 일품인 복지리로 배를 채우고 다시 최종 목적지인 부산으로 가기 위해 차에 오른 지 얼마 되지 않아 거제도로 들어간다.

거제대로를 따라 달리는 차창 밖 저 멀리 보이는 게 삼성 중공업 조선소란다. 대충 봐도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나다. ‘조선 강국’이란 말을 실감할 수 있을 정도니 말이다.

거제 시청 부근에 이르러 내린 곳이 ‘거제도 포로 수용소 유적공원’요즘 젊은이들이야 잘 모르지만(나도 6.25 세대는 아니다) 거제도 포로 수용소는 분단국의 아픔, 전쟁의 비극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한국 현대사의 역사적인 장소이다.

미군 통제 하에 있었지만 수용소 안은 변함없이 분단이 존재했고, 이로 인해 친공과 반공 포로 간에 또 다른 전쟁이 벌어졌던 가슴 아픈 곳이기도 하다.

당시의 막사와 포로들 간 벌어졌던 살육의 현장을 느낄 수 있는 무기 등이 전시돼 있다.


■거제도의 명소들

거제도를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최소 하루 이상은 머무르는 게 좋다.

거제도에는 유명 관광지가 많은데, 해수욕장은 기본이고, 절경을 자랑하는 신선대와 바람의 공원, 대·소 병대도, 거제 해금강이 대표적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생가가 위치한 곳도 이곳이다.

지난 2010년 개통된 ‘거가대교’는 거제의 새 명물이다.

부산 광역시를 연결하는 이 다리는 길이만 8킬로미터로, 특히 부산 쪽 가덕도에 이르는 구간은 해저터널로 바다 밑 48미터에 건설돼 세계에서 가장 깊은 해저터널이란다.

한국의 건설기술이야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세계 최고를 자랑하지만, 이처럼 어려운 공사를 성공으로 마쳐 한 폭의 그림 같은 모습을 만들어 낸 것에서 한국의 저력을 느낄 수 있었다.


<후원 : 대한항공, 한진관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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