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족한 나라에 살고 있지만 우리는 늘 부족함에 허덕이며 불평한다. 웬만해선 밥을 굶지 않고, 학교와 병원과 같은 삶의 기본적인 시설이 이미 우리 곁에 마련돼 있음에도, 우리는 여전히 무언가를 열망하며 때론 좌절하기도 한다.
이같은 우리들에게 뉴저지 글렌락 중학교에 재학 중인 백조은(12·사진)양은 남미 페루의 한 시골 마을에서 만난 친구들을 소개한다. 음식과 물이 부족하고, 때론 박스로 만든 허름한 집에 살고 있지만 미소를 잃지 않는 그런 친구들 말이다. 백양은 2012년 한의사인 아빠 백철(42)씨를 따라 선교를 목적으로 페루를 방문했다. 당시 열 살밖에 안 된 어린 나이었지만 백양에게 이 여행은 신선한 충격을 안겨줬다.
페루 아이들의 삶이 미국의 아이들보다 훨씬 더 열악하다는 게 첫 번째 충격이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를 잃지 않는다는 게 두 번째 충격이자 신선함이었다.
백양은 “페루의 친구들을 보면서 평소 감사하지 못했던 내 삶을 반성했다”며 “당시 여행은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생각해보는 계기를 만들었다”고 의젓한 말투로 대답했다.
소아과 의사가 되고 싶다는 꿈도 그 때부터 품었다. 비록 우리보다는 행복한 아이들이지만, 그래도 현실적으로 직면할 수 있는 건강 문제에 대한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에서다. 남을 돕고 싶다며 뒤늦게 한의사가 된 아빠를 보면서 이런 다짐은 더욱 확고해질 수밖에 없었다.
백양은 “얼마 전 엄마가 알러지로 심하게 고생을 할 때 아빠가 얼굴에 침을 몇 번 놓으니 금방 가라앉는 걸 목격했다”면서 “다른 사람의 고통을 덜어 줄 수 있는 이 직업을 꼭 갖고 싶다”고 말했다.
물론 의사가 되는 길이 쉽지 않다는 건 백양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자신의 꿈에 도달하기까지 공부를 열심히 하고, 지금처럼 책읽기를 즐겨할 예정이다. 백양은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7학년 입학을 앞두고 있는 지금까지 줄곧 A만을 받아왔다.
또 중학생답지 않게 수백 권의 책을 읽은 것으로 주변 이웃들에겐 잘 알려져 있다.
백양은 “의사가 되기까지 모든 과정은 ‘도전’이 될 것”이라면서 “의사는 누군가의 삶을 좌지우지할 만큼 중요한 직업이기 때문에 노력을 게을리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다양한 분야를 알고 싶어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책을 많이 읽고 있다”며 “책 속에서 다름을 배울 수 있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백양은 이번 여름 아빠와 함께 또 다시 페루를 방문한다. 페루 여행이 끝나면 곧바로 노스캐롤라이나에 위치한 체로키 인디언 마을로 향한다. 2년 만에 방문하는 만큼 조금 더 성숙된 만남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친구들을 다시 만난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떨려요. 이번 여행에서도 많이 배웠으면 좋겠어요.” <함지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