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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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 부딪히며 걷는 좁은 골목 정겨움 느껴

2014-06-1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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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서남부 기행

▶ 한옥 700여채 사이사이 사연이 담겨 / 전동성당, 신앙의 성지이자 민주화 성지 / 담양엔 대나무 쭉쭉 뻗은 죽녹원 명소

어깨 부딪히며 걷는 좁은 골목 정겨움 느껴

한국 천주교 성지로 로마네스크 양식이 독특한 전동 성당.

어깨 부딪히며 걷는 좁은 골목 정겨움 느껴

전주 한옥마을은 우리의 옛 정취와 문화를 여유롭게 몸으로 느낄 수 있는 곳으로 숙박은 물론, 다양한 문화 체험관들이 자리 잡고 있다.

오랜만의 고국 나들이는 보고 만지는 것 하나하나가 새롭게 다가섰다. 곧 다가올 여름을 준비하듯 5월의 산은 짙은 녹음으로 옷을 갈아입었고, 논에서 바쁘게 움직이는 농부들의 모습에서 절로 고향의 맛과 멋이 느껴졌다. 최근 대한항공과 한진관광의 초청으로 ‘신한국 기행: 서남부권’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가는 곳마다 각기 다른 맛과 멋을 느낄 수 있었던 이번 기행을 3회에 걸쳐 연재한다.

<황성락 기자>


“그동안 양념 맛에 너무 길들여졌나?”


전북 전주 초입의 한 유기농 식당에서 내놓은 건강식은 심심하고 투박한 맛이 좀 낯설었다. 이곳에서 간단히 배를 채우고 떠나려 하니 주인이 일행을 붙잡으며 직접 누룩을 담가 만든 유기농 약주 한 잔 하고 가라며 붙잡는다. 달콤한 맛에 염치 불구하고 얻어 마신 게 서너 잔. 순박한 지방 인심을 느끼며 다시 차에 올라 전주 중심부를 지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전주 한옥마을 주차장에 들어섰다.

입구에 ‘전주 한옥마을’이라고 새겨진 커다란 바위를 뒤로 하고 조금 걸으니 만난 ‘은행로’ ‘태조로’와 함께 한옥마을의 주요 축인 이 길에 들어서니 길 한 켠에 흘러가는 인공 냇물, 그리고 옆에 세워진 정자가 타지에서 온 손님들을 맞이한다.

젊은 남녀, 부부, 가족들의 발길은 서두름이 없고, 시원하게 느껴지는 커다란 기와지붕들 밑으로 커피샵과 식당들이 곳곳에 있지만 눈에 거슬리지 않았다. 넘치지 않고, 오히려 조금 부족한 듯한 모습 때문이리라.

집이 모여 있으면 골목은 생기게 마련. 어른 둘이 어깨를 맞대고 들어가면 딱 맞을 것 같은 좁은 길 여기저기에 ‘한옥체험관’ ‘한옥숙박’ ‘사랑채’라고 쓰인 작은 팻말들이 여행객을 유혹한다. 그래도 사람이 살아가는 공간에 그런 틈이 있다는 사실이 반갑다.

지금은 700여채 정도 되는 이 한옥마을이 일제 치하에서 성곽을 허물고 도로를 만들어 성 안으로 들어오는 일본 상인들에 반발해 형성된 전주시민들의 항일 의식이 서려 있다는 역사를 알고 다니는 것도 재미있지만, 여기에 판소리와 타악 등 공연장과 체험관들이 중간중간 자리해, 때를 잘 맞추면 잠시 시간을 되돌려보는 여유도 즐길 수 있다.

이곳에는 조선의 마지막 황손이자, 일반인들에겐 ‘비둘기 집’이란 노래로 잘 알려진 이석씨도 살고 있는데, 한동안 내방객들을 맞이했지만 요즘은 건강이 좋지 않아 만나기 어렵다는 얘기가 들린다.


■한국 천주교 성지 전동 성당


한옥마을을 걷다 보니 저 멀리 독특한 양식의 성당이 눈에 들어왔다. ‘전동 성당’이다.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지어진 이 성당의 주춧돌은 한국 천주교회 최초의 순교자인 윤지충(바오로)과 권상연(야고보)이 1791년 순교하는 모습을 지켜만 봐야 했던 성곽의 돌을 사용했다고 하니 절로 ‘한국 천주교의 성지’임을 느끼게 한다.

안내문을 읽어 보니 그 혼과 맥을 이어 오듯 현대사에서도 1980년대 군부정권에 항거하던 전라북도 지역의 ‘민주화 성지’로 불렸단다.

1908년 공사를 시작해 1931년 완공했으니 꼬박 23년이 걸린 셈인데, 이곳은 1981년 한국 정부에 의해 사적지로 지정됐다.


■조선의 역사를 만나다

순교자들의 얘기를 뒤로 한 채 고개를 돌리니 길 건너편에 오래된 조선 건축물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조선왕조를 연 태조 이성계의 초상화인 ‘어진’을 모시기 위해 1410년 태종에 의해 지어진 ‘경기전’이다.

경기전 내 정전에 봉안돼 있는 어진은 물론 진품은 아니다. 국보 317호로 지정될 정도의 귀한 역사 유물인 만큼 진품은 따로 보존되고 있단다. 그래도 화려한 색채와 위엄이 묻어나는 모습은 진품과 다름없다. 비단에 초상화를 그릴 때 앞에서 그리는 게 아니라 뒷면에서 그려 전면으로 색이 나오게 하는 방식이란 사실이 선조들의 뛰어난 예술감각을 느끼게 한다.

정전을 빠져 나와 보니 여느 건물과 달리 지면에서 조금 올라간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바로 조선의 실록들을 보관했던 ‘전주사고’이다.

조선의 역사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중요한 사료가 이곳에 보관됐다는 사실도 놀랍지만, 만약의 경우를 위해 4곳의 사고에 보관했던 사료들 가운데 임진왜란 당시 유일하게 남은 것이라는 점, 그리고 안의와 손홍록이란 이름 없는 유생이 자발적으로 달려와 실록을 정읍으로 옮겨 무사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작은 감명을 선사한다.


■담양 죽녹원

하룻밤을 머물 광주로 가는 길에 만난 담양. 전남 도립대학 맞은 편 산을 보니 하늘을 찌를 듯 하늘 높이 치솟은 대나무들로 가득 차 있다.

담양의 명소 ‘죽녹원’이다.

“대나무가 이렇게 높이 자랄 수 있구나”하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매표소를 통과해 안으로 들어 가니 곳곳에 산책로가 마련돼 있고, 그 중간 중간에 잠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의자에 앉아 있으니 바람에 대나무들이 흔들리며 소리를 낸다.

8개의 산책로가 있는데, 모두 걷기에 어렵지 않고, 대나무에서 인체에 유익한 음이온 등이 나온다고 하니 이곳을 찾는다면 한 시간 정도 천천히 길을 따라 걸어볼 것을 권하고 싶다.

죽녹원 주변에는 대나무 통에 담아 만든 밥과 한우 떡갈비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들이 많다. 담양이 자랑하는 음식인 만큼 한 번 맛을 보는 것도 좋다.


■한진관광 ‘신한국 기행’은

대한항공 계열사인 한진관광이 내놓은 ‘신 한국기행’ 패키지는 한국의 역사와 이야기가 있는 알짜 명소들을 여유롭게 돌아보며 몸으로 느낄 수 있다는 점, 그리고 28인승 럭서리 대형 리무진 서비스로 이동하기에 여행객의 피로를 덜어주는 것이 자랑이다.

여기에 ‘3 No’가 있는데, 일반 여행상품에서 부담을 가져다는 주는 ‘팁’과 ‘샤핑’, 그리고 ‘옵션’이 없다는 뜻이다. 한 번 예약으로 여행을 다니면서 다른데 신경 쓸 필요 없이 관광만 즐기면 된다. 또 이 패키지에서 제공하는 호텔과 식당 모두 수준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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