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마 앞에 무릎 꿇고 희망을 잃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생명과 꿈을 불어넣어줄 수 있는 의사가 되고 싶다”는 맨하탄 헌터칼리지 고등학교 11학년에 재학 중인 김재은(사진) 양.
김양은 지난 2월부터 치러지고 있는 ‘전미 바이올로지 올림피아드’(USABO) 대회에서 뉴욕주에서는 유일하게 미전역에서 단 20명의 학생들만 뽑히는 결선에 진출했다.
미국 내 고교생들을 대상으로 한 가장 권위 있는 생물과학 경시대회인 USABO 결선 무대는 장차 의사나 생명 공학자를 꿈꾸는 최고의 수재들이 모여 자신의 실력을 맘껏 자랑하는 무대이다. 이곳에서 최종 선발된 4명은 미국을 대표해 세계 결선에 나서게 되는 명예로운 대회이기도 하다.
지난 6월 9일부터 일주일간 인디애나주 퍼듀대에서 실시된 결선에 참가한 김양은 아쉽게도 최종 4명에는 선발되지 못했지만 자신의 역량을 맘껏 시험하고 더 큰 꿈을 안고 돌아왔다. 열정으로 가득 찬 타 참가자들과 함께 먹고 자고 실험하고 공부하면서 "내가 꿈꾸는 미래에 대한 더 큰 확신을 가지게 됐다"고.
김양의 꿈은 이미 5살 때부터 확고해 단 한 번의 흔들림도 없었다. 바로, 생명을 살리는 의사가 되는 것이다. 사실, 의사의 꿈을 품게 한 특별한 이유가 있다. 김양 자신이 어린 시절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으로 아파했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당시 2년간 매일 병원을 다니며, 아낌없이 돌봐주고 치료해주는 의사들의 존재에 대해 고마움과 경외심을 갖게 됐다.
12세가 되던 해 뉴욕시 최고의 명문으로 알려진 헌터칼리지 고등학교의 입학허가를 받은 것도 의사의 꿈으로 향하는 김양의 1차 목표였다. 김양의 재능이 단지 공부의 재능에만 그치는 것은 아니다. 6세 때 뉴욕으로 이민 온 뒤 초등학교에 입학 후에야 비로소 ABC부터 배우기 시작했으나 곧 교내 에세이 대회마다 상장을 받아오며 남다른 글재주를 뽐내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5학년 때에는 리틀넥 지역 메모리얼데이 에세이 컨테스트에서 수상해 당시 뉴욕주 하원의원으로부터 메달까지 수여했다. 그때부터 재미 붙인 글쓰기가 계속 이어져 오며 현재 교내 환타지 소설 창작클럽인 ‘태피스트리’(Tapestry)의 회장을 3년째 맡아오고 있다.
체육활동에도 열심이다. 명성이 자자한 헌터칼리지 고등학교 테니스 대표팀의 일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어머니는 한때 김양이 공부가 힘든 의대진학보다 음악 계통으로 진로를 생각해 본적도 있다. 그만큼 음악 실력도 녹록치 않다. 5세 때부터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시작해 뉴욕 리틀오케스트라 단원으로 활약했다. 지난해는 ‘뉴욕 뮤직 티처 리그’에서 헌터 고등학교 대표로 선발돼 친구들과 같이 카네기홀 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올해는 맨하탄 음대에서 프리칼리지 코스로 바이올린을 배우며 실력을 더 키우고 있다.
이렇듯 다재다능한 김양이지만 여전한 최종의 목표는 훌륭한 의사가 되는 것이다.
"아픈 사람들에게 의술을 펼치는 일은 꿈이자 사명"이라고 항상 되뇌며 하버드 의대에 진학하기를 희망하는 김양은 아버지 김호대씨와 어머니 강미숙 사이의 1남1녀 중 막내이다. <천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