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캠퍼스 잇단 총기난사, 우리 자녀는 괜찮은가
지나친 기대와 간섭, 큰 스트레스
청소년문제 근원엔 `외로움과 두려움’
꾸준한 대화로 `감정표현’ 도와야
#사례1. 타주에서 공부하던 한인 대학생 김모(18)군은 최근 ‘분노조절’을 위한 심리상담을 받고 있다. 사춘기 시절 부모와 떨어져 지내야 했던 김군은 마음 속 분노를 통제하지 못해 쉽게 격분하는 일이 반복돼 일상생활이 어려운 지경이 됐다.
#사례2. 가부장적인 아버지 밑에서 엄하게 자란 박모(17)양은 자신의 의지대로 결정하는 것이 어렵다. 최고의 교육을 내세우는 아버지의 지시에 따라 학원, 개인교습, 특별활동 등 시키는 일만 해왔던 박양이 스스로 의사결정 하기란 쉽지 않은 일.
지난 메모리얼 데이 연휴 기간 캘리포니아 샌타바바라 총기난사 사건<본보 5월27일자 A1면>을 계기로 한인 청소년과 대학생들의 정신건강 문제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인 1.5~2세 학생들은 부모에게 순종하려는 경향이 강하고, 어린시절부터 이민자 부모의 모습을 지켜보며 기대치에 부응하며 성장하지만 부모의 과도한 기대와 간섭에 길들여져 이를 충족하지 못할 경우 우울증과 일탈행동이 심화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또, 청소년 시기 감정표현 방법을 배우지 못한 한인 학생들의 경우 축적된 ‘분노’로 심각한 부작용을 낳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주한국인심리학회 저스틴 최 회장은 “청소년 문제는 한인 가정이 일반적으로 요구하는 분위기를 따라가지 못할 때 발생한다”면서 “특히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자신의 미래를 고민하고 준비하는 기회를 얻지 못할 때가 많아지면 우울증을 얻거나 일탈행동을 일으킨다”고 설명했다.
우선 청소년 문제가 발생하는 한인가정은 ▲모범생 선호 ▲좋은 학업성적 강요 ▲부모의 강한 의사 선택권 ▲진로선택 제한 ▲대화부족 ▲부모 자녀간 대화 때 격한 감정표현 등의 공통점을 내보인다.
한인 청소년상담기관 관계자들은 “아이들은 집에서 여러 압력을 가하기 때문에 ‘자유’가 없다고 호소한다”며 “이들은 부모가 자신을 이해하고 마음 속 이야기를 들어주길 바라지만 사무적 대화로 실망한다. 결국 자녀와 부모가 제대로 된 감정표현을 못하다 보니 분노는 쌓이고 문제의 악순환이 계속된다”고 말했다.
뉴욕가정문제연구소에 따르면 최근 한인 청소년문제는 ‘우울증, 음란행위, 정체성 혼란, 대인관계 충돌, 범법행위’ 등 다양하다. 상담소는 청소년 문제 유형은 다양하지만 그 근원에는 관심 받지 못 한다는 ‘외로움과 두려움’이 자리한다.
레지나 김 소장은 “한인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삶의 의미와 가치관을 일깨워 주는 역할은 소홀히 하고 ‘좋은 학교, 좋은 직장’이란 물질적 가치만 강조하는 게 문제”라며 “특히 자녀가 문제를 일으켰다고 ‘자기 인생은 알아서 책임져라’는 방관자적 자세는 절대 보여선 안된다. 자녀와 시간을 같이 보내며 아이가 사랑받고 있다는 믿음을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천지훈·김형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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