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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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아 말 좀 해다오!

2014-05-01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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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 한 / 뉴-스타 부동산 토랜스 지사

향년 98세로 돌아가신 어머님의 조문을 위하여 지난달 한국을 방문하였다.

사람의 죽음의 순간이란 그 사람 전체 삶의 클라이맥스, 즉 그 분 삶의 최고의 순간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 열두 자식을 낳으셨던 어머님은 남편과 자식들의 뒷바라지 때문에 젊어서는많은 고생을 하셨지만, 말년의 30여년 동안은 장성하여 대견하게 살아남은 3남3녀의 여섯 자식들과 스무명에 가까운 손자, 그리고 또 그 밑의 스무명 이상 되는 증손자들을 슬하에 거느리고 행복한 삶을 사시다 가셨다.

내가 개인적인 사정으로 뒤늦게 귀국하자 우리 여섯 남매는 다시 한데 모여서 고생스러웠지만 훌륭한 삶을 사셨던 어머님의 과거삶을 회고하고 덕담을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간날이 장날이라’고 승객 476명을 태운 세월호 선박의 전복사고가 일어나 갑자기 온 나라 전체의 분위기가 뒤숭숭하고 슬픔과 분노의그리고 절망의 절규소리가 사방에서 터져 나오기 시작하였다.

사고 난 배의 선장이 자신의 승무원들과 함께 승객들을 구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그 승무원들과 함께 맨 먼저 배를 버리고 도망쳐 나온 것은 평범한 일반상식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 서민들의 생각으로는 이해는 커녕 도저히 상상도 되지 않는 터무니없는 사고가 터져버린 것이다.

그 승객들 중에는 수백명의 고등학교 2학년 어린 학생들이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려고 승선하고 있었는데, 철없고 순진한 학생들에게는 선실에서 가만히 기다리라고 방송해 놓고는 자신들만 도망쳐 버렸으니, 이런 천하에 몹쓸 나쁜 마귀같은 사람들이 어디에 있단말인가?

그리고 곧 이어 터져 나오기 시작하는 세월호를 운영하고 있는 선박회사의비리와 부조리 담합과 편법 내지 탈법의 언론보도를 보면서, 나는 한국이 겉으로는 세계경제 10위, 또는 12위네 하며 떠들며 세계적인 영화회사가 방문하여 어벤저스-2라는 공상모험영화를 현지 로케를 촬영할 정도로 화려하고 아름답게 잘 꾸며져 있지만, 속은 구석구석으로 썩어 언제라도 무슨 일이 터져 나올 수 있는 터무니없는 나라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나라 전체가 이번에 사고를 일으킨 항만을 비롯하여, 금융이면 금융,국방은 국방대로, 철도는또 철도끼리, 그리고 원전은 원전대로 기타 등등, 다른 모든 분야들도 이제까지 부정과 부패, 편파와 편법, 그리고 원칙을 무시한 무원칙의 자세로 그저 자기들 끼리끼리 패거리를 만들어 담합하고 협잡하여, 자기들 편리한 대로 처신해 온 것이이렇게 터져 나온 것 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국은 아직도 원칙을 존중하고 규칙대로 살려고 노력하는 순진하고 성실한 사람들은 언제나 왕따를 당하고 뒷전으로 처지는 불이익을 당하며, 임기웅변이나 편법 탈법을 저질러 순간적으로 위기를 피해가는 사람들이 유능하고 인정받는 사회인 것 같다.

이는 결국 “장님이 제 닭잡아먹는 격”이 되어 애꿎은 서민들이나 선량한 후세들이 대신 비싼 대가를 치르게 된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우리 모두가, 특히 재물과 권력을 가졌거나 높은 학력을 가진 사람들부터 솔선수범하여 “좀 시간이 걸리고 힘이 들더라도 원칙을 지키고 순리를 따르는 것이 가장 큰 이익을 가져온다”는 생각과 “원칙을잘 지키고 순리를 잘 따르는 사람이 존경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하여 생각과 삶의 자세를 근본적으로 뜯어 고쳐야만 대한민국의 미래가 좀 더 밝게 열리게 될 것 같다.

한 가지 희망이 보이는 것은 그래도 대다수 시민들의 교통법규 준수 자세는 전보다 훨씬 더 우수하고 양호해졌다는 사실이다.

불의의 사고로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참담해 하시는 유가족 모든 분들에게 삼가 조의를 드린다.

(310)968-8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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