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업주들 부담 줄이기 위해 근무시간 단축·음식값 인상, “이직 줄고 매상 되레 올라” 일자리 축소에 큰 영향 없어
▶ 시 경계선상의 샤핑몰 최저임금 달라 해프닝 속출, 생활비 낮은 곳은 다를 것” 연방 의회는 아직 갑론을박
최저임금 인상을 놓고 민주ㆍ공화 양당 공방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지만 합의에 이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연방 의회가 갑론을박으로 시간을 허비하는 동안 주 정부나 시 정부가 속속 최저임금을 인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경제계는 최저임금이 비즈니스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저임금을 10.74달러로 인상한 샌프란시스코에서 칼스 주니어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업주는 원가절감 차원에서 프렌치프라이 튀김용 기름을 줄이기 시작했다. 또 일리노이의 냉동 햄버거 업체인 화이트 캐슬은 아직 임금수준이 낮은 인디애나 업체와의 가격경쟁을 위해 종업원을 두 명 감원했다. 가격은 올릴 수 없어 종업원 수를 줄여 손실분을 충당하는 것이다.
최저인금이 인상되자 업체들은 종업원들의 배당 근무시간 단축에서부터 음식 값 인상, 종업원 줄이기 등의 방법으로 임금 인상의 충격을 완화시키려 하고 있다.
연방 의회는 최저임금을 현재의 7.25달러에서 3단계에 걸쳐 40% 올린 10.10달러로 인상하자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의 제안을 놓고 논쟁을 벌이고 있다. 민주당은 임금 인상이 연방 정부 재정부담을 줄여주고 소비를 활성화하는 방법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공화당 등 보수진영은 업주들의 경비부담이 증가해 고용창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며 반대했다.
하지만 주 정부 또는 시 정부가 시행하는 최저임금 인상이 비즈니스에 어떤 영향은 미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확실하게 드러나지 않고 있다.
연방 의회예산국은 지난 2월 최저임금이 10.10달러로 인상되면 미국의 직업이 50만명 줄어들겠지만 90만명이 빈곤을 면할 것으로 예측했다. 빈곤자가 줄어들면 푸드스탬프나 메디케이드 등 연방 정부의 지원에 의존하는 근로자들이 크게 줄어들어 연방 재정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현재 미국 인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21개 주가 연방 최저임금보다 높은 최저임금을 시행하고 있다. 메릴랜드주도 이달 초 연방 수준보다 높은 최저임금을 공표했다.
이직률 줄고 사기 올라가최저임금이 올라가면서 업주들은 나름대로의 자구책을 강구하고 있다.
샌호제에서 ‘메즈칼’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아돌포 고메스는 샌호제가 최저임금을 25% 올린 후 종업원 근무시간을 줄이고 이에 따른 공백은 자신이 직접 메우고 있다면서 “카운티 또는 주 정부 전체가 임금수준을 대폭 늘린다면 거의 모든 업주들이 비슷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샌호제 업주 전체가 부정적인 결과를 보이는 것만은 아니다. 적지 않은 업주들은 종업원들의 사기가 올라가 고객 서비스가 더 좋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피자 마이하트’ 체인점은 지난해 최저임금 2달러 인상에 따른 손실보충을 위해 메뉴가격을 4% 올렸다. 현재 샌호제의 최저임금은 10.15달러다. 이후 종업원들의 이직률이 크게 줄어들었고 또 타 도시 종업원들의 취업 신청이 크게 늘어나 인력 충원에 문제가 없어졌다.
샌호제에 5개 체인식당을 운영하는 척 해머스는 “처음 최저임금 인상을 접할 때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을 받았지만 오히려 매상이 10% 오르는 효과를 가져 왔다”면서 “어차피 울퉁불퉁한 땅을 골고루 다진다는 생각으로 받아들였더니 실제 아무런 영향도 없었다”고 평가했다.
샌호제 최저임금은 2012년 칼스테이트 샌호제의 한 클래스에서 시작돼 법으로 제정됐다. 이후 샌프란시스코가 뒤를 따랐고 뉴멕시코 샌타페가 역시 샌호제의 임금 인상에 동참했다. 이같은 움직임은 이미 전국 대도시를 중심으로 유행처럼 번져가고 있다. 현재의 최저임금으로는 정상적인 생활이 어렵고 연방이나 주 정부의 보조를 받아야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현실론이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방 의회 회계국에 따르면 최저임금 근로자들의 대부분이 연방 푸드스탬프 또는 메디케이드에 의지해 살아가고 있으며 이로 인한 정부의 예산부담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현재 연방 최저임금은 5년간 정체되고 있는 수준이다.
해프닝도 많아도시별 최저임금 인상으로 웃지 못할 해프닝도 생긴다.
샌호제와 샌타클라라(시간당 8달러)의 경계선상에 있는 샤핑몰 ‘웨스트필드 밸리 페어’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몰내의 의료 체인점 ‘갭’ 스토어는 정확히 경계선상에 위치해 있다. 법적으로는 종업원들이 경계선을 중심으로 어느 쪽 도시에서 얼마나 머물렀는지에 따라 양도시의 다른 임금이 계산돼야 한다. 하지만 ‘갭’ 스토어는 모든 종업원에게 더 높은 임금이 적용되는 샌호제법에 따라 봉급을 주고 있다. 갭은 지난 2월 내년부터 미국 내 모든 ‘갭’ 스토어 종업원들의 최저임금을 10달러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몰 내 양쪽 끝에 ‘웨첼스 프렛즐스’를 두 개 소유하고 있는 한 업주는 아예 종업원을 두 업소에 번갈아가며 근무시키고 있다. 한 주는 임금이 높은 샌호제 상의 업소에 근무시켰다가 다른 한 주는 임금이 낮은 샌타클라라 상의 업소에 근무시키는 방법이다. 업주 이반 라잭은 “이런 방식으로 운영한 후 아무도 불만이나 화를 내는 종업원이 없다”고 말했다.
샌호제 임금 인상으로 라잭은 프렛즐 가격을 양쪽 가게에서 5센트씩 올렸다. 라잭은 종업원들에게 매년 업소 순익의 20%를 보너스로 제공하고 있으나 최저임금 인상으로 보너스 금액이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업소들 어려움 호소어려움을 호소하는 업소들도 많다. 북가주에 16개의 칼스 주니어를 운영하는 우디 드마요는 샌호제 지역의 햄버거 가격을 올려야 했다. 샌타클라라 업소의 음료수 포함 햄버거 콤보 메뉴가격은 5.99달러지만 샌호제 업소는 6.19달러로 20센트 올렸다. 임금 인상 전의 수익을 얻으려면 6.79달러로 올려야 하지만 고객들의 부담 때문에 인상폭을 줄였다.
드마요 업주는 “가격을 그 정도로 올리면 고객들을 쫓아내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종업원을 해고하는 대신에 근무시간을 줄이고 매일 하던 드라이브스루 레인의 물청소 횟수도 줄었다. 또 영업이 부실한 업소 2곳은 문을 닫았다.
2010년 경제통계 리뷰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지방 정부의 임금 인상이 저임금 식당 종업원들의 직업 축소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최저임금 종업원들의 절반 정도가 음식 서비스업에 종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샌호제의 경우에서도 증명되고 있다.
이번 연구를 주도했던 UC 버클리 경제학자인 마이클 리치 교수는 식당들은 음식가격을 올리고 이직 종업원들이 크게 줄어들어 직원 재교육에 필요한 경비 부담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감원과 같은 불상사는 발생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노동부 통계도 이같은 주장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 샌호제-샌타클라라 메트로폴리탄 지역 식당의 종업원 수가 주 전체에 비교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샌호제에서 ‘필즈 커피’의 닉 탭탤리스 업주는 시 최저임금이 올라가자 지난 1월부터 직원들의 최저임금을 오히려 11달러로 올려 버렸다. 종업원들의 이직을 막고 또 구직자 지원을 늘리기 위해서다.
지난해 종업원을 오히려 30% 늘렸고 그만두는 종업원 수가 연 15명 수준에서 5명으로 크게 떨어졌다. 또 종업원들의 만족도도 높아졌고 고객 서비스가 개선돼 매상이 증가했다.
탭텔리스는 “종업원 근무 분위기가 상당히 고무돼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임금 인상 반대자들은 미국 전체가 이같은 공식에 적용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경 싱크탱크 ‘아메리칸 액션 포럼’의 더글라스 홀츠 이킨 대표는 “미국이 단일 노동시장은 결코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북가주와 같이 생활비가 비싼 지역은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을 쉽게 흡수할 수 있다. 하지만 아칸소와 미시시피 같이 최저임금이 가장 낮은 수준의 주에서는 충격이 클 것이라는 것이 일부 경제학자들의 예상이다. 한편 캘리포니아는 7월부터 최저임금을 9달러로 인상한다.
<김정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