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이광희 기자 ㅣ 본국 정부의 한심한 사후약방문

2014-04-18 (금) 12:00:00
크게 작게
조선 인조때의 학자 홍만종이 지은 문학평론지 ‘순오지’에 ‘사후약방문’(사람이 죽은 뒤에 약을 짓는다)라는 말이 있다. 중국 전한시대 유향이 편찬한 ‘전국책’에 나오는 고사 중에도 이와 비슷한 ‘망양보뢰’(양을 잃고 나서야 우리를 고친다)라는 말이 있다. 또한 우리 선조들이 많이 사용하며 반면교사로 삼으라고 얘기해준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라는 말도 비슷한 내용이다. 지금 우리의 조국 대한민국은 세월호 침몰사고로 국민 모두가 오열하고 있다. 물에 빠져도 입만 물위에 뜬다는 정치인들조차 지방선거를 앞두고도 선거운동을 전면 중단한 채 세월호 속에 갇혀있는 우리의 아이들의 생환을 기원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내놓은 본국 정부의 정책이 사후약방문 같다는 생각은 기자만의 느낌일까? 다름 아닌 학생들 수학여행을 없앤다거나 체험학습을 없앤다느니 하면서 대책이라고 한다. 소가 들어도 웃을 소리를 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사고발생에 대한 원인을 밝혀내거나 관리감독 체계를 바로잡아 안전사고를 예방하자는 연구는 뒷전이고 말이다.

만약에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대로 소만 잃어버렸다면 그나마 얼마나 다행이었겠는가. 하지만 피어보지도 못한 채 차가운 바닷속에서 살려달라는 학생들의 울부짖음이 들리는 듯해서 마냥 슬프다. 이 얼마나 원통하며 한심스러운 일이란 말인가? 자기 목숨이 아까워 제일먼저 탈출한 선장과 간판장의 모습에서도 분노가 치밀어 어찌할 바를 모르겠는데 정부가 대책이라고 내놓은 것이 고작 수학여행을 없애겠다는 것이니 참 할말이 없다.

시대가 바뀌어도 대한민국의 정부는 어쩌면 이렇게 구태를 답습하는지 모르겠다. 사전에 예방과 점검을 하지 않고 꼭 이런 일이 발생한 후에야 점검에 나선다니 말이다. 평상시에 점검에 또 점검을 하고 지도활동과 혹시나 비상시에 대처해야 할 일들에 대한 교육을 시켰더라면 이렇게 많은 슬픈 희생은 발생되지 않았을 터인데.

본국 정부 관계자들에게 한마디 묻고 싶다. 해상을 통해 수학여행을 떠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만약의 사태가 발생했을 때를 대비한 행동수칙에 대해서 단 한번이라도 교육을 시켰는지 혹은 교육 시키는 것을 관리감독 했는지를. 본국 정부 관계자들은 이번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말도 안 되는 정책을 수립한다고 떠들지 말고 평상시에 관리감독이나 잘해 이런 슬픈 일이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해달라.

<이광희 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