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창/윤지서/지서가 첫 사랑에게
2014-04-07 (월) 12:00:00
참 먼 길을 돌아온 것 같아. 사느라 바빠서라는 말을 빼곤 아무리 궁색한 변명이라도 좀 떠올랐으면 좋겠는데 그냥 멍하니 아무 생각도 나질 않네. 그래 그렇게 두리뭉실 넘어가자. 사느라 그랬다고. 열심히 사느라고. 근데 말이야, 누군가 어떻게 살았는데 그렇게 바빴냐고 내게 물어온다면 난 또 할 말이 없어져. 특별히 내세울 것도 하나 없는데 난 왜 나를 돌아볼 여유조차 없이 그렇게 바쁘게 살았을까 하면서...
내가 중심이 되어야 하는 내 삶인데 늘 누군가가 함께 있었던 것 같아. 비교하고 견제했던 또 다른 수많은 나의 모습들이 그 안에 갇혀서 나 조차 내가 누구고 뭘 원하는지 잘 몰랐다고 말하면 내가 너무나 초라해질까? 누군가를, 아니 보이지 않는 그 무언가를 쫓아서 여기까지 온 거라면 말이야. 변하지 않는 건 아무 것도 없게 마련이지만 살다 보니 내 느낌과 감정, 그리고 욕심까지도 끝없이 변해서 온전히 이룰 수 있는 많은 것들도 보다 나은 선택에 자꾸 가려지네.
아직도 갈 길이 먼데 내게 남은 건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으니 어쩜 좋지? 이 나이가 되어서야 겨우 이런 생각이 든다는 게 부끄럽긴 하지만 나 요즘 첫사랑을 다시 만나게 된 느낌이야. 명상을 하는 시간이었어. 평소 존경하는 어르신께서 오른손을 들어 왼쪽 가슴에 올리라고 하시곤 지금 그 손에 만져진 가슴을 가진 이를 진정으로 사랑하라고 말씀하시는데 무언가 울컥하고 올라오는 게 느껴지더라. 그 동안 살면서 어쩜 단 한번도 날 사랑하기는커녕 그런 생각조차도 하지 못하고 살았나 싶은 게 나 자신한테 많이 미안해서 가슴이 먹먹했어.
조금은 쑥스럽고 어색하지만 이제부턴 날 열심히 사랑해보려고. 그러려면 나를 먼저 들여다 보는 게 순서겠지? 잘 하려고, 모든 일에 너무 애쓰지 않으려고, 나 이제 이렇게 생각할래. 내가 잘못하는 건 아직 잘하는 걸 찾지 못한 것뿐이라고 가끔은 스스로를 격려하며 쓰다듬어 주면서 말이야. 우리 이제 이렇게 살자. 자신을 열심히 사랑하고 그 사랑을 나누는 걸로. 오늘 시작하면 하루를 더 많이 사랑하는 게 되는 거겠지? 밤이 깊었네. 우리 내일 또 만나자. 잘자 지서야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