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음탕·시기·모함·살인…‘화장기’ 지운 붉은 대륙역사

2014-04-07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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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양 중국사 / 백양 지음·역사의아침 펴냄

기원전 719년 위주우가 정변으로 죽은 뒤 동생 위진이 왕위를 이었다. 권력이 안정되자 그는 위급자를 후계로 세웠다. 자신의 계모인 이강과 사통해 낳은 아들이다. 이후 며느리감으로 제나라 공주 선강을 데려오지만 미모에 반해 빼앗는다. 결국 자식 둘을 낳은 선강은 왕위를 탐내 위급자를 죽이려하고, 그 와중에 결국 제 자식까지 죽이고 만다.

후일 ‘신대추문(新臺醜聞)으로 불린 이 일에 대해 저자 백양은 이렇게 평한다. “다처제하의 중국 궁정은 인성을 잃게 만드는 어두운 독사의 동굴이었다. 부모와 부부, 형제자매가 충성과 효도, 인자함과 사랑이라는 예교를 귀가 따갑도록 들으면서, 한편으로는 음탕한 욕심과 권력을 위해 서로 시기하고 모함하고 끝내는 서로를 죽였다. 역사가 발전하면 할수록 뒤 왕조가 앞 왕조보다 더욱 잔인하고 흉악해졌다.”

저자는 18세에 국민당을 위해 종군하지만, 대만으로 밀린 장개석 정부의 부조리함을 비판하다 결국 9년 넘게 투옥된다. 그리고 그 세월 동안 다양한 역사서를 펴낸다. ‘백양 중국사(중국인사강)’와 수십년째 중국에서 스테디셀러로 자리하고 있는 ‘추악한 중국인’ 등이 대표적이다.


책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태조니 문제니 하는 존호 없이 왕 이름을 바로 쓰고, 연호 없이 1세기 단위로 서술하고 있다는 점이다.

첫 장인 ‘역사무대’도 장점이다. 외국인에게 설명하듯 상상 속 우주선을 태워 면적 960만㎢, 56개 민족에 공식인구 14억명에 달하는 중국을 유람한다. 중국의 지형과 지리, 강과 산, 사막과 성 등을 상세하게 돌아보며, 하나하나에 담겨있는 역사와 신화, 전설 등을 훑어간다.

본격적인 서술에 들어가면 신화시대-전설시대-반(半)역사시대를 간략하게 정리하고는 바로 세기별 서술이 시작된다. 문장은 짧게 말하듯 풀어내고, 포사의 ‘경국지색’ 고사에 ‘양치기 소년과 늑대’를 인용하듯 격의 없이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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