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통과 명성 불구 재정난 못견뎌 “품위있게 물러나기로”… 음악계 아쉬움
▶ 마스네의 돈키호테 공연이 마지막 무대
샌디에고 오페라의 공연장인 시빅 디어터.
샌디에고 오페라가 마지막으로 공연하는 줄스 마스네의 ‘돈키호테’. 3회 공연이 남아있다.
50년 역사의 샌디에고 오페라가 13일 ‘돈 키호테’ 공연을 끝으로 문을 닫는다. 샌디에고 오페라는 지난 달 19일 갑작스런 발표를 통해 2014 시즌의 마지막 작품인 마스네의 돈 키호테(Don Quixote)를 예정대로 4회 무대에 올린 후 영구히 운영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유는 누구나 짐작할 수 있듯이 재정난으로, 더 이상은 적자를 감당할 수 없어 이런 선택을 했다고 SD오페라의 총감독겸 CEO인 이안 캠벨은 밝혔다. 그는 “우리 이사회는 명예롭게 문을 닫느냐, 온갖 수단을 동원해 재정을 조달하느냐, 뱅크럽시에 들어가느냐 등 몇가지 선택을 놓고 투표했으며, 결국 첫 번째 옵션을 택했다”고 말하고 “가슴 아픈 결정이었지만 악전고투하기보다는 품위있게 물러나기로 했다”며 지난 50년간 지원해준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한다고 덧붙였다.
이 소식은 음악계에 큰 충격이었지만 사실 그렇게 놀랄 일은 아니다. 지난 가을 뉴욕에서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 이어 두 번째로 큰 70년 역사의 뉴욕시티 오페라가 문을 닫았을 정도니 말이다. 그뿐 아니라 오페라 보스턴, 오페라 클리블랜드, 볼티모어 오페라, 샌안토니오 오페라가 지난 몇 년새 사라져간 굵직한 오페라단들이다.
남가주 지역에서도 2011년 리릭 오페라 샌디에고와 2008년 오렌지카운티의 오페라 퍼시픽이 모두 문을 닫았다. 이로써 남가주에는 LA오페라 하나만 남게 됐다.
SD오페라에 대한 아쉬움은 남다르다. SD오페라는 LA오페라보다 역사가 길고, 미국에서 탑텐에 드는 건실하고 실력있는 오페라로서 세계적인 공연을 수없이 유치했기 때문이다.
또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주헌씨가 이끌던 한인 오페라 동호인회 보헤미안의 회원들이 매년 한차례씩 버스를 대절해 다녀오기도 했던, 한인들과도 친숙했던 오페라단이었다.
플라시도 도밍고는 1966년 젊은 시절 이곳서 올린 구노의 ‘파우스트’에서 주인공 테너가 몸이 안 좋아 빠지는 바람에 대역 공연을 했는데 다들 영어로 노래하는 가운데 혼자만 오리지널 프랑스어로 노래했던 일화가 전설처럼 남아있다.
세계적인 소프라노 조운 서덜랜드가 1974년 ‘람메르모어의 루치아’에서 광란의 열연을 펼쳤고,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1980년 푸치니의 ‘라보엠’에서 노래했다. 베벌리 실즈, 르네 플레밍, 호세 카레라스, 패트리샤 라세트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훌륭한 가수들이 이곳 무대에서 노래했다.
오페라와 클래식 음악계는 갈수록 티켓 판매가 줄고 있어서 재정의 많은 부분을 펀드레이징과 일부 후원자들에게 의존해왔다. 그리고 클래식 애호가들과 후원자 대다수 노인들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이안 켐벨 총감독은 LA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몇 년 동안 중요한 후원자들이 계속 작고하면서 재정이 큰 타격을 입었다”고 말했다.
시대가 변하면서 미국 뿐 아니라 세계 음악계의 취향과 판도가 변하고 있다. 앞으로는 더 빨리 더 많이 변할테니 오페라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예측할 수가 없다.
그런 가운데서도 LA오페라와 LA필하모닉은 믿을 수 없을 만큼 튼튼하다. 도로시 챈들러 파빌리온에서 열리는 오페라 개막공연에 가보면 언제나 만석이고, 디즈니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음악회도 거의 매번 2,000여석이 꽉 찬다. 미국내에서 LA필하모닉이 가장 수익을 많이 올리고 빠르게 성장하는 음악단체일 것이다. 앞으로도 계속 그래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SD 오페라의 마지막 작품 ‘돈키호테’의 남은 공연이 8, 11, 13일에 있다. 아직 티켓도 살 수 있으니 이 훌륭했던 오페라의 라스트 스테이지를 보고 싶은 사람은 한번 다녀와도 좋겠다.
www.sdopera.com (619)533-7000
<정숙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