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조각보 바느질 빠진 타인종 “신기해요”

2014-03-07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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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크마 ‘커뮤니티 보자기 프로젝트’ 뜨거운 반응

▶ 자녀 동반한 가족들 몰려 이영민씨 웍샵 매회 매진, 인조견 꿰매며 곧 매료돼

조각보 바느질 빠진 타인종 “신기해요”

라크마의 보자기 웍샵에서 미국인 일가족이 조각보 만들기에 열중하고 있다.

하루 종일 비가 주룩주룩 내렸던 지난 토요일, LA 카운티미술관(LACMA)의 분 칠드런스 갤러리는 조용히 바느질하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테이블마다 모두들 머리를 숙이고 오방색 한국의 인조견을 한 뜸 한 뜸 바느질하느라 계속 사진을 찍어대도 곁눈질 한 번 하지 않는다.

어른 아이 포함해 20여명, 거의가 타인종으로 가족끼리 온 사람들인데 놀라운 것은 남자 즉 아버지들도 상당수라는 점이다. 어른 남성이 아내와 아이들 옆에 앉아 직접 바느질을 하는 모습은 무척이나 놀랍고 인상적이었다.

라크마가 진행 중인 보자기 웍샵과 커뮤니티 보자기 프로젝트는 굉장히 재미있는 프로그램이다. 라크마는 지난 1월 보자기 전문가 이영민씨를 초청해 처음 열었던 보자기 웍샵이 너무 좋은 반응을 얻자 이를 오는 6월까지 매달 한 번씩 열기로 했고, 거기에 더불어 커뮤니티 보자기 프로젝트를 더한 것이다.


“미국인들은 보자기라는 걸 몰라요. 그러나 한 번 보면 곧바로 매혹되지요. 조각보를 펼치면 그 다양한 색깔과 형태, 수많은 바느질 기법에 놀라면서 빠져드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시각적 효과가 커서 누구나 보기만 하면 금방 매력을 느끼고, 거기에 복(福)자나 희(喜)자 같은 한자와 문양의 숨은 의미를 설명해 주면 더 좋아하지요. 쪼가리 옷감 조각들을 붙여서 만든다는 아이디어도 사람들을 매혹시키는 것 같아요”

‘보자기 전도사’ 이영민씨는 지난 10년간 북가주를 중심으로 미국인들에게 한국 보자기의 아름다움을 알려온 한국 전통문화 알림이다. 샌프란시스코의 아시안 아트 뮤지엄과 오클랜드 뮤지엄에서 보자기와 매듭 시연과 웍샵을 가져 왔으며 여러 학교에서도 보자기 클래스를 가르치고 있다. “보자기 만드시는 할머니의 모습을 보고 자랐다”는 그는 17년 전 이민 왔는데 대학에서 의상학을, 대학원에서 패션디자인을 공부했던 전공을 살리면서 한국적인 미의식을 표현하는 길을 찾다가 매듭과 조각보에 몰두하게 됐다고 한다.

이날 라크마 웍샵의 프로젝트는 선물 싸는 보자기. 세 시간 동안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거의 완성단계까지 마무리할 정도로 열심히 몰입했다. 그 중에는 7세 쌍둥이 자매도 있었는데 바느질은 듬성듬성했지만 훌륭하게 보자기 만드는 솜씨로 어른들을 놀라게 했다.

천은 이영민씨가 한국서 사온 숙고사 인조견을 사용했으며, 사람들은 이씨가 다리미질로 시접하고 바느질할 곳의 라인을 그려서 표시해 주면 자리로 돌아가 홈질과 감침질로 바느질하고, 마치면 다시 들고 나와 다음 단계를 배우는 방법으로 보자기를 만들어갔다.

웍샵은 무료이지만 매번 매진되는 이유가 대부분 지난번 웍샵과 강의에 참석했던 사람들이 다시 오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영민씨가 지도하는 웍샵은 4월12일, 5월3일, 6월7일 오후 2~5시에 열린다.

예약 (323)857-6010, www.lacma.org

이영민씨는 웍샵 외에도 ‘커뮤니티 프로젝트: 코리안 보자기’의 가이드와 자문을 맡고 있어 대형 조각보 완성의 기술적 어드바이스를 제공하고 있다. 매일 계속되는 커뮤니티 조각보 프로젝트는 이씨로부터 보자기의 기본을 배운 분 갤러리 스태프들이 진행하고 있으며 마지막 완성은 다 함께 하여 완성된 작품을 갤러리에 전시하게 된다. 이 프로젝트를 위해 LA 한국문화원이 한국서 천을 구입해 지원할 예정.

이영민씨는 자신의 웹사이트(www.youngminlee.com)를 통해 보자기와 매듭에 관한 역사와 정보, 만드는 법 등을 영문으로 소개하고 있으며 조각보와 예물보, 상보를 만들기를 담은 2시간짜리 DVD도 발매했다.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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