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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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 올림픽과 러시아인

2014-02-15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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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앤 한 / 여행사 대표

러시아 소치에서의 동계올림픽이 열리고 있다. 매년 단체 손님을 모시고 러시아를 여행하는 내게는 그곳에서 일어나는 모든 뉴스와 행사들이 관심거리가 된다. 소치 동계올림픽 뉴스를 보다 보니 10년 전에 처음 러시아 여행을 시작하면서부터 매년 한번도 빠지지 않고 다녀왔던 러시아의 변화가 파노라마처럼 눈앞에 펼쳐진다.

특히 최근 몇 년 동안 러시아의 빠른 변화를 체험할 수 있었는데 가장 큰 변화는 공항 입국 수속이다. 10년 전만해도 자기 나라를 여행하겠다는 외국인 여행자들에 대한 공항 직원들의 태도가 얼마나 관료적이고 위압적인지 처음 가는 사람들은 겁에 질릴 정도였다. 여행객들을 덥고 좁은 공항 입국 수속실에 볼모처럼 잡아두고 한명씩 괜한 질문으로 어려움을 주면서 일부러 시간을 끄는가 하면 입국 수속 중간에 아무런 설명도 없이 자리를 비우고 한참을 지나도록 나타나지 않는 황당한 경우도 있었다.

러시아 본국인은 옆 창구로 빠르게 수속하고 빠져 나가는데 외국인들은 땀을 뻘뻘 흘리며 힘들게는 2시간 넘게 공항에 묶여 여행도 하기 전에 진을 다 빼게 했었다.


그 나라의 첫 인상이라 할 수 있는 공항 수속이 최근 몇 년 사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하면서 공항 자체도 편리하게 새로 지어졌을 뿐 아니라 다른 유럽 나라들처럼 편리하게 수속이 바뀌었다.

또 다른 눈에 띄는 변화는 예전에는 사람들마다 책을 들고 있었는데 요즈음은 누구나 전화기가 손에 들려 있고 한국의 70년대를 연상시키는 엉덩이가 보일 듯 말듯 한 미니 스커트의 여자들이 거리를 활보하고 모스코바 고급백화점에는 고가의 명품들이 넘쳐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변화에도 사람들의 성격만은 쉽게 바꿔지지 않는지 무뚝뚝한 표정들은 그때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

러시아 여행 중 호텔의 좁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코가 맞닿을 정도로 바로 앞에 사람이 서 있어도 인사를 하거나 웃는 적이 없다. 얼굴을 마주하고 있으니 민망해서 눈웃음이라도 하면 오히려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받기도 한다.

러시아에서는 물건을 파는 상인들조차 먼저 웃는 일이 없다. 당신이 필요하면 사가는 거지 팔기위해 웃음을 지을 필요는 없다는 식이다. 아마 이런 국민성은 오랜 세월 그들의 생활습관에서 나온 성격일 테고 보통 추운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성격이기도 하다. 하지만 다른 나라보다 러시아가 특히 더 심한 이유는 수세기 동안 동토의 땅에서 고난의 삶을 견디어 살아온 이유일 것이다.

사교성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 볼래야 찾을 수 없는 사람들이지만 그런데 조금만 같이 지내보면 바깥으로 보이는 굳은 표정들과는 달리 우직하지만 근면하고 성실한 사람들임을 금방 알 수 있다.

모스코바의 아침은 길거리에 북적대는 꽃가게에서 시작된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모두 한 묶음씩 꽃을 들고 가는 모습이 그림처럼 아름답다. 동계 올림픽 동안 한국을 포함한 세계의 많은 나라 사람들이 소치에 머물면서 러시아 사람들의 무뚝뚝한 태도에 실망하지 않기를 바라며 대회가 끝날 때까지 모두 안전하게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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