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위기 이후 투자이민인 EB-5 프로그램이 붐을 이루고 있다.
프랜차이즈 회사들이 불경기 이후 투자이민 프로그램을 앞세워 재정이 탄탄한 외국인 투자자 유치에 나서고 있다고 월스트릿 저널이 보도했다. 프랜차이즈 회사들은 최소 50만달러 이상 투자를 전제로 제공되는 투자이민 EB-5 프로그램을 내세워 미국 영주권을 원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을 유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문은 그러나 많은 프랜차이즈의 설립비용이 50만달러 이하인 데다가 투자이민 심사기준이 까다로워 신청자들이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최근 프랜차이즈를 이용해 EB-5(투자이민) 프로그램을 신청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방 시민권이민서비스국(USCIS)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6,343명의 외국 국적자가 EB-5 프로그램을 신청했다. 이는 2012년 6,040명보다 증가했으며 특히 2006년 470명에 비하면 무려 10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연방 정부는 지난해 9월 기준으로 EB-5 프로그램 투자액이 86억달러에 달하며 5만7,300개의 직업창출 효과를 가져 온 것으로 추산했다. EB-5는 미국 비즈니스에 최소 50만달러 이상 투자하는 외국인들에게 영주권을 제공하는 연방 투자이민 프로그램으로 1990년부터 시행돼 왔다.
▲불경기 이후 자본유치 수단
프랜차이즈 투자이민이 증가하는 이유는 불경기 이후 프랜차이즈에 뛰어드는 투자자들이 줄어 들었기 때문이다. 프랜차이즈 회사들은 미국 내 고객 찾기가 어려워지자 자금력이 탄탄한 외국인 투자자들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 외국인 투자자들의 대부분이 비즈니스 경험이 없어 프랜차이즈 회사로는 어느 정도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국제 프랜차이즈협회 스테픈 칼데이라 회장은 일부 프랜차이즈 회사들은 무경험자들을 위해 이미 셋업돼 영업실적이 있는 비즈니스를 넘겨주기도 한다고 밝혔다. 칼데이라 회장은 “EB-5 프로그램에 관심 있는 투자자들은 프랜차이즈를 안전한 투자처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투자이민은 일부 큰 회사들이 대형 프로젝트를 위한 자금마련 수단으로 활용해 오고 있다. ‘매리엇 인터내셔널’ ‘소니 픽처스 엔터테인먼트’ ‘바글레이스 센터’ 개발업자뿐 아니라 프로 스포츠 팀인 ‘브룩클린 네츠’ 홈구장 건립계획도 이민을 전제로 한 외국인 투자자 유치 사례다.
하지만 최근에는 프랜차이즈 회사들도 EB-5 투자자들에게 눈을 돌리며 이들의 자금유치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프랜차이즈 자문회사인 ‘프란넷’의 재니아 베일리 대표는 “프란차이즈 업계에는 새로운 투자유치 방법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성공투자 사례
중국인 마오지준(25)은 프랜차이즈를 이용해 EB-5 프로그램을 진행 중인 대표적인 인물이다.
마오는 지난 3월 중국에서 건설회사를 운영하는 부모에게서 55만달러를 빌려 마이애미의 아메리칸에어라인 아레나에 프랜차이즈 주스판매대 ‘주스 브렌즈’와 프로즌 요구르트 판매대 ‘요브렌즈’를 각각 오픈했다.
뉴욕 버팔로 주립대학에서 재정 및 국제 비즈니스를 전공한 마오는 프랜차이즈 투자를 근거로 7월 프랜차이즈비 4만달러를 내고 EB-5 비자를 신청했다. 그의 학생비자는 오는 6월 만료된다.
마오는 판매대 2곳에 현재 직원 8명을 포함해 24명의 종업원을 고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투자금이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고 고용창출 효과를 더욱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민국은 현재 그가 제시한 구체적인 사업계획과 비자 신청서를 심의하고 있다. 만약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7월까지 모든 절차가 마무리될 것으로 기대된다. 마오는 “이 비즈니스를 한 번도 해보지 않았지만 미국에 머물러 살고 싶다”고 신청 이유를 설명했다.
마오는 맥도널드, 버거킹, 서브웨이 등을 포함한 다양한 프랜차이즈를 찾아 봤지만 웹사이트에 중국어와 스패니시로 EB-5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한 것은 ‘요브렌즈’뿐이었다고 말했다. 사우스 플로리다에 본사를 두고 있는 이 회사는 2005년 프랜차이즈를 시작했고 현재 EB-5 투자자가 소유한 2곳 등 30개 남짓한 프랜차이즈를 가지고 있다.
2011년부터 웹사이트에 투자이민 프로그램을 고지하기 시작한 이후 현재 개발되고 있는 지역들에 12명의 외국 투자자들이 관심을 갖고 있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회사 측은 “요즘 같이 프랜차이즈 고객 구하기가 어려운 시기에는 EB-5 프로그램이 외국 투자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유의해야 할 점 많아
투자이민 프로그램이 모든 프랜차이즈에 딱 들어맞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프랜차이즈가 50만달러 미만의 것들이어서 EB-5 프로그램의 최소투자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또 이민국의 신원조사와 경제효과 분석에 수개월 또는 수년이 소요되는 경우도 있어 투자이민의 발목을 잡기도 한다.
미니애폴리스의 프랜차이즈 전문 변호사인 데니스 몬로는 프랜차이즈 회사가 제시하는 빡빡한 건설 마감 일정에 저촉될 수 있다고 말했다. 더더욱 투자이민 신청자들은 첫 2년동안 10명 이상의 직업창출 효과를 내야 하는데 이것 역시 쉽지는 않다.
김성환 이민법 변호사는 “이민국에 신청서를 제출하면 10개월가량 심사과정을 마친 후 대사관에서 2년 임시 영주권을 발급 받고 미국에 들어오게 된다”면서 “2년 후 약속했던 고용인 10명 이상의 고용창출의 유무를 확인한 후 영구 영주권을 받는 절차를 거친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만약 2년동안 약속한 고용창출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다시 돌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투자이민의 불확실성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시카고의 한 부동산 개발업자와 텍사스의 투자유치회사 ‘맥알렌’이 지난해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사기혐의로 강제 폐쇄되자 이민국은 이들 회사를 통해 들어온 투자이민 신청을 모두 기각시켜 버렸다. 지난해 10월 SEC는 “EB-5 프로그램을 통해 미국에서 합법적으로 이민 오려는 외국인들을 겨냥한 투자사기에 유의하라고 경고령까지 발령했다.
일부 프랜차이즈 업계는 요즘 사기를 우려하는 투자자들이 많아져 프로그램을 팔기가 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E-2 비자도 대안
투자이민에 대한 사기 우려로 인해 일부 외국 프랜차이즈 바이어들은 투자이민보다 임시 투자비자인 E-2로 선회하는 경우가 많다. 이 비자는 처리기간도 빠르고 투자금액도 10만달러 이상으로 낮다.
그러나 영구 거주를 의미하는 그린카드와는 달리 매 2년에 한 번씩 갱신해야 한다.
알렉스 고메스(39)는 지난해 텍사스 맥캘린에 ‘프로 컷’ 이발관을 22만달러에 구입하고 E-2비자를 받아 미국에 살고 있다. 현재 이발관에는 5명의 종업원이 일을 하고 있다. 멕시코 베라 크루즈에 철물점을 운영하는 그는 “경험도 없는 헤어살롱 일을 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말했다.
<김정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