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해마다 부모님은 멀리 지방도시에서 일부러 좋은 김을 주문해서 내게 보내주시곤 했다. 여기서도 살 수 있지만 김을 좋아하는 손녀 손자를 위해서 한국산 김을 보내주셨다. 그 덕에 나는 김을 좋아하는 서양인 친구 자녀들과 같이 나눠 먹기도 하고 내 아이들에게도 김 떨어질 걱정 없이 먹였다.

이젠 정말로 이곳에서도 한국산 김을 구할 수 있으니 그만 보내라고 하자 그제야 부모님은 딸의 말을 들으시고 그냥 사 먹으라 하신다. 아마도 마지막 김 선물을 받았을 때라 기억된다. 아버지가 부친 소포는 항상 부피만 컸지 무게는 안 나갔는데 이번에 뭔가 무게를 느낄 수 있는 소포가 추가되어 있었다. 책이었다. ‘미국생활 체험기” 정도의 에세이 책이었다. 저자는 미국에 잠시 머물면서 본인이 느낀 것들과 미국에서 생활할 때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담았다.

물론 내 눈에는 그 내용이 특별하지 않았다. 미국생활을 한 지 15년이나 되었기에 많은 것들은 이미 익숙한 것들이었다. 소포 잘 받았다고 전화를 드리니 아버지는 “혹시나 너에게 도움이 될까 해서 책도 같이 보냈다”고 하신다. 아버지에게 멀리서 생활하는 나는 항상 염려가 되시나보다.

구글 하나로 무엇이든 찾아볼 수 있는 세상인데도 먼 곳에서 사시는 부모님은 아직도 굳이 책을 사서 보내 내게 도움이 되고 싶어 하신다. 멀리 살아도, 이젠 아이들의 부모 역할을 해야 하는 나이인데도 부모님에게 나는 늘 챙겨주고 싶은 자식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