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0년 넘도록 한국일보 칼럼을 애독해 준 독자를 만났다.
그간 그 많은 칼럼 대부분의 사연들을 다 기억해 내는 고객을 만나면 오랜 동안친분을 쌓은 듯 특별한 교감이 생긴다. 썰렁한 매물광고만 보고 연락을 한 게 아니라서 그간 부동산 시장의 변화뿐 아니라 사적인 대화까지 모두 편하게 터놓을 수있어 최소한의 긴장감이 없어진다.
10년 넘게 기러기 엄마 생활을 하면서 꼬박 잘 키운두 딸이 각자 직장을 얻으면서 여러 해 동안 한 푼 두푼 절약한 돈으로 부모님께집을 사드리려고 한다는 보기 드문 효심에 가슴이 훈훈해졌다.
대부분 부모님들이 어떻게든 자식에게 목돈의 다운 페이먼트를 마련해 주려 고생해 온 얘기가 주변에 훨씬 많기에 이 가족이 쌓아 온 끈끈한 가족애가 남달라 보인다. 젊은 층이 원하는 집이 아니라 부모님 생활하시기에 좋은 단층집에 단지 수영장만 없으면 좋겠다는 의견에 부동산 매물이 훨씬 적은 말 그대로 12월 엄동설한에 불 떨어진 듯 마땅한 집을 찾느라 매진하는 건 새해에 들어서도 마찬가지다.
부모님 마음에 흡족한 집이나오면 만사 제치고 달려오는 따님의 정성에 하루에도몇 번씩 좋은 집을 찾아내느라 기쁜 맘으로 컴퓨터에 매달리기도 한다.
무자식 상팔자란 말이 있지만 가족이란 울타리를 만들어주는 부모와 자식지간이기에 그 안에 묻어나는 인생의 모든 희로애락 속에우리의 삶이 진하게 영글어간다. 지나고 나면 고통도 희망의 버팀목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가족을 통해 배우면서 다시 일어서게 되고 기쁜 일은 더불어 두 세배가되는 그 기적의 힘으로 인해 크고 작은 세상 시름을 때론 잊고 살 수 있는 게 아닐까?
콩 심은데 콩 나듯 부모님의 헌신을 거름삼아 잘 성장해 준 두 따님의 성공기는 애꿎은 기러기 가족들의 애환을 충분히 보듬어주는 감동스토리가 된다.
사춘기 자녀들은 때론 그집 안의 시한폭탄처럼 언제터질지 모르는 불안감에 조조마하면서 빨리 그 시기가 지나가길 바라는 부모의 간절한 마음을 그들은 얼마나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해마다 1월은 대학 진학을 앞 둔 고교생 엄마들이 그간의 고생이 헛되지 않도록 마지막까지 혼신을 기울이는 달이기도 하다. 더구나 이민 온 사연이 자식들의 교육 때문이라면 부모님의 희망은 그분들이 미처 이루지못한 소망과 겹쳐 더 큰 기대치를 자식의 어깨 위에 내려놓는다.
문화의 차이가 부모 자식간에 틈과 갈등을 만들지만그 바탕에는 진한 사랑이 담겨 끝까지 터지지 않으면서 인내하는 가족애를 배우게 한다. 자식 키우는 일외엔 특별한 낙이 없다는 부모님들에게 그들의 올바른 성장은 이민생활의 가장큰 보람이다.
1월은 가족 이상으로 나를 지켜주는 이웃에게, 친구들에게 그간 나눈 모든 시간과 만남에 고마움과 감사를 자연스레전하며 새해 소망을 나누는 달이기도 하다.
한 해를 새로 시작하며늘 공기처럼 감싸주는 지인들의 사랑의 힘이 무엇보다 바꿀 수 없는 값진 선물임에는 틀림없다. 내년엔 어떤 소망을 이룰 수 있는지 눈요기 신년운세나 점쳐봐야겠다.
(714)244-7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