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테하차피 `도봉산 태고사’를 가다
▶ `왜 사는가’의 저자 무량 스님이 창건, 평화와 환경·무소유, 풍수지리 내다봐
캘리포니아 사막지대인 테하차피에 자리 잡고 있는 한국 절 태고사. 이런 곳에 한국식 절이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고 반갑다. <사진제공 서영권>
LA에서 북동쪽으로 약 2시간가량 운전하면 모하비(Mojave) 사막과 테하차피(Tehachapi)라는 도시가 나온다. 토네이도를 연상시키는 회오리바람이 가득한 황량한 사막, 그 중에서도 해발 4,000피트 산자락에 한국식 단청을 입힌 사찰 건물이 자리 잡고 있으니. 바로 ‘왜 사는가’의 저자로 유명한 무량 스님이 지은 도봉산 태고사(DobongsanTaegosa)다. 푸른 눈을 가진 유대인 미국인이 스님이 되어 캘리포니아 사막 한 가운데에 한국식 절을 지은 사연은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터. 막상 태고사를 찾아보니 기대 이상으로 흥미진진한 이야기와 사연이 고스란히 쌓여 있는 의미 있는 곳이었다. 무량 스님의 피땀이 맺어 있는 우아한 대웅전과 관음전, 그리고 미국과 세계 평화를 기원하는 평화의 종각까지. 풍수지리와 무소유, 친환경 등 무량 스님의 삶의 자세가 담겨 있는 다양한 볼거리와 생각할 거리를 제시하고 있었다.
■평화의 종각
굽이굽이 산길을 운전해 태고사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태고사의 평화의 종각(Peace Bell)을 만나게 된다. 알록달록 한국의 전통 단청으로 한껏 치장한 육각형 모양의 종각에는 보신각 종을 연상시키는 큼직한 종이 자리 잡고 있다. 이곳은 물탱크가 자리 잡고 있는 곳으로, 그 곳에 종을 세운 무량 스님은 미국과 더 나아가 세계의 평화를 기원하며 평화의 종이라 이름 지었다고 한다.
“원한다면 타종을 해도 된다”는 사찰 관계자의 말에 심호흡을 가다듬고 힘껏 타종을 하니 깊고 묵직한, 그러나 영롱하고 아름다운 종소리가 주변에 가득 울려 퍼진다. 한국에서 매해 12월31일 마지막에 타종하는 제야의 종소리를 연상시키는 정겹고도 그리운 소리다.
■대웅전 & 관음전
성지다운 고요함과 웅장함이 함께 느껴지는 대웅전 안에는 신자 몇 명이 예불을 올리고 있었다. 방해하지 않기 위해 조용하게 숨죽이며 둘러보니 한국의 사찰에서 봤던 석가모니 불상과 천장에는 연꽃 장식들이 예전에 국사책에서 봤던 화려한 불교문화를 반영하고 있다. 대웅전 오른쪽으로 자리 잡고 있는 관음전에는 주지 스님과 사찰 관계자들이 서식하는 방과 식당, 여행객들이 머무르며 수행할 수 있는 작은 방들, 그리고 각종 불교관련 서적이 비치된 라이브러리가 자리 잡고 있다.
<홍지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