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에 충실하자

2014-01-16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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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의견

▶ 이혜란 / 수필가

한 나그네가 산속에서 호랑이를 만났다 깜짝 놀란 나그네는 나무 뒤에 숨는 척하다 걸음아 나 살려라 하고 냅다 달렸다. 마침 하느님이 도왔는지 앞에 우물이 하나 보였다. 우물 안에는 칡넝쿨의 밧줄이 밑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이제 살았구나하며 넝쿨을 타고가다 우물 밑을 보니 구렁이 한 마리가 또아리를 틀고 혀를 날름거리며 앉아 있었다. 위에는 호랑이가 보이고 아래는 구렁이 내가 어찌 살아날까 걱정을 하며 앞을 보니 마침 벌들이 지어 놓은 집에서 꿀이 흘러내리는 것이 보였다.

그가 손가락으로 꿀을 찍어 먹으며 위를 보니 까만 쥐와 하얀 쥐가 번갈아 가며 자신이 매달린 칡넝쿨을 갉아먹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나그네는 이것이 나의 인생이라면 최선을 대해 즐기자 생각하며 꿀을 맛나게 계속 먹었다는 얘기다.


여기서 매달린 사람은 우리이고 칡넝쿨은 우리 목숨이요, 이걸 갉아먹는 흰 쥐와 까만 쥐는 우리의 밤과 낮이라는 세월이다. 그렇다. 이들 모두는 우리를 서서히 죽음이라는 곳으로 끌고 가는 것이다.

믿기지 않겠지만 이 비극적 상황이 바로 우리네 인생이다. 그러고 보니 사고도 죽음도 우리가 피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은 듯하다. 일 년 계획보다 오늘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즐기며 충실해 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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