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해 내집 장만 쉽지 않겠네
▶ FHA 융자 총액 50만→35만달러로 줄어, 대출·보증 수수료 최고 3배까지 오를 듯, 새 규제안 시행 땐‘점보융자’도 어려워져
대망의 새해가 밝았다. 지난해 안정궤도에 진입한 주택시장의 회복세가 이변이 없는 한 지속될 것으로 기대되는 해다. 연말로 접어들면서 자취를 감춘 주택구입 수요가 봄철을 전후로 예년처럼 다시 부활할 것으로도 기대된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부터 주택매물이 서서히 증가해 매물 가뭄 난에 대한 우려는 싹 사라졌다. 주택시장이 특별한 복병을 만나지 않는 한 지난해보다 주택거래가 더욱 원활하게 이뤄질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다만 한 가지 우려가 주택시장 전망을 다소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 새해부터 속속 시행될 예정인 모기지 대출관련 규정들이 강화될 전망으로 주택수요에 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지난해 주택구입 대금을 전액 현금으로 지불한 ‘캐시 오퍼’가 대세였지만 올해는 모기지 대출을 낀 구입이 크게 늘 전망이다. 만약 모기지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입해야 하는 구입자는 올해 변경되는 규정에 익숙해져야 차질 없는 주택 구입이 가능하다.
◇FHA론 한도 50만→35만5,350달러 축소
‘연방 주택국’(FHA) 보증의 FHA 융자 대출한도가 1월1일부터 축소됐다. 국영 모기지기관인 프레디맥과 패니매가 보증을 서는 컨포밍 융자의 대출한도는 축소시기가 일시 연기된 반면 FHA 융자 주관기관인 ‘연방 주택도시개발국’(HUD)이 지난달 FHA 융자 대출한도 축소를 전격 발표했다.
이에 따라 샌버나디노 카운티 등 일반 주택지의 대출한도는 종전 50만달러에서 35만5,350달러로 대폭 낮아졌다. 가주 해안 도시 등 고가 주택지 역시 FHA 융자 대출한도가 기존의 72만9,750달러에서 62만5,500달러로 큰 폭 축소 시행될 예정이다.
앞으로 해당 지역에서 대출한도를 넘는 금액을 대출 받아야 할 경우 이른바 ‘점보융자’로 분류돼 FHA 융자의 최대장점인 ‘3.5% 다운페이먼트’를 적용받을 수 없게 된다. 대신 주택구입 금액의 최소 20% 이상을 다운페이먼트로 납부해야 FHA 융자를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65만달러짜리 주택구입 때 종전에는 3.5%에 해당하는 약 2만2,750달러를 다운페이먼트로 준비하면 됐지만 앞으로는 20%에 해당하는 약 13만달러를 다운페이먼트로 납부해야 FHA 융자를 받을 수 있게 된다. 현재 소득이 안정적이라고 해도 다운페이먼트로 활용할 현금 자산이 충분치 않으면 올해부터 FHA 융자를 통한 주택구입이 불가능하다.
FHA 융자는 다운페이먼트 기준과 함께 크레딧 점수 기준 등이 기타 융자보다 낮아 중ㆍ저소득층 구입자들이 융자수단으로 주로 활용됐다. 대출한도 축소로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계층은 중ㆍ저소득층 주택구입자이 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우려된다. 또 이들 구입자들의 구입가능 가격대가 이미 매물량이 현저히 부족한 35만달러대 미만으로 한정돼 이 가격대에서 구입경쟁이 심화될 것으로도 전망된다.
올해 초 시행 예정이던 컨포밍 융자의 대출한도 축소시기는 다행히 일시 연기됐다. 당초 컨포밍 융자의 대출한도는 일반 지역의 경우 41만7,000달러에서 약 40만달러로 인하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르면 올해 여름, 늦어도 10월 안에 컨포밍 융자 대출한도 인하가 시행될 것으로 업계는 예측중이다.
컨포밍 융자의 대출한도마저 인하되면 모기지 대출을 통한 대출마련이 더욱 힘들어질 전망이다. 컨포밍 융자와 FHA 융자 대출한도 축소 움직임은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해 발표한 대로 주택 금융시장에서 정부의 역할을 줄이겠다는 방침의 일환이다.
◇모기지 수수료 줄줄이 인상
올해 주택구입 계획이 있는 바이어들에게 최악의 뉴스는 모기지 수수료가 인상될 예정이라는 것이다. 현재 신규 발급 모기지의 약 3분의 2를 사들이고 있는 국영 모기지기관 프레디 맥과 패니매는 지난달 크레딧 점수나 다운페이먼트 비율이 낮은 대출자들의 대출 수수료를 대폭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수수료 인상은 3월부터 본격 시행될 예정이나 모기지를 직접 발급하는 대출 은행들은 이보다 앞선 올해 초부터 수수료 인상을 점차적으로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발표에 따르면 다운페이먼트 비율이 20% 미만이고 크레딧 점수가 680~760점(FICO 기준) 사이인 대출자들의 수수료 인상폭이 가장 클 전망이다. 월스트릿 저널에 따르면 크레딧 점수 약 735점을 보유한 대출자가 10% 다운페이먼트로 30년 고정 모기지 대출을 받을 경우 모기지 수수료는 기존 약 0.75%에서 약 2%로 무려 3배나 치솟게 된다. 수수료가 대부분 이자율로 환산돼 적용되는 점을 감안하면 이 대출자에게 적용되는 이자율은 기존보다 약 0.4%포인트 오르게 되는 셈이다.
다운페이먼트 비율이 25%가 넘어도 크레딧 점수가 낮으면 수수료 인상을 피하기 힘들다. 크레딧 점수 690점인 대출자가 25% 다운페이먼트를 하더라도 수수료는 약 1.5%에서 약 2.25%로 급증할 전망이다. 그러나 이번 달 10일부터 시행되는 ‘적격 모지기 법안’(QMR)에 따라 모기지 대출 수수료가 최고 3%를 넘을 수 없다.
이밖에도 이른바 ‘G-fees’로 불리는 보증 수수료 역시 대폭 오를 예정이다. 프레디맥과 패니매는 지난달 보증 수수료 인상 계획을 지난달 발표한 바 있다. 보증 수수료는 두 기관이 대출은행에 부과하지만 결국 은행이 모기지 발급 때 대출자에게 비용을 고스란히 넘기는 것이 일반적이다.
30년 만기 고정 모기지의 보증 수수료는 현재보다 평균 약 0.14%포인트 인상돼 약 0.5%대로 오를 전망이다. 보증 수수료는 이미 2011년 12월과 2012년8월 두 차례에 걸쳐 각각 0.1%씩 인상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연방 주택금융국’(FHFA)의 재원확보 차원에서 실시되는 보증 수수료 인상 움직임이 내년까지 이어져 수수료가 최고 0.7~0.75%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점보융자’도 쉽지 않을 듯
이미 FHA 융자의 대출한도가 축소된 데 이어 올해 중 정부 보증 컨포밍 융자의 대출한도마저 낮아지면 점보융자에 대한 수요가 높아질 전망이다. 점보융자의 대출액은 정부 측 보증 한도를 넘기 때문에 프레디맥이나 패니매 등 국영 모기지 기관의 매입 대상이 되지 않는다.
은행 측은 이같은 위험성을 회피하기 위해 컨포밍 융자보다 다소 높은 이자율을 적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최근 수수료 인상 등으로 컨포밍 융자 이자율이 올라가면서 점보융자 이자율과의 격차가 감소하거나 일부 지역에서는 오히려 점보융자의 이자율이 더 낮아지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그러나 오는 10일부터 ‘적격 모기지 규제안’이 시행되면 점보융자 시장도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된다. 새 규정이 시행되면 ‘소득 대비 부채 비율’(DTI)이 43%가 넘는 대출자는 부채상환 능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간주돼 대출승인을 받기 어려워진다. 따라서 주택구입 금액이 높아 점보융자를 받아야 하는 대출자 중 새 DTI 규정에 걸려 대출을 받지 못하는 대출자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최근 점보융자에 적용되는 DTI는 새 규정보다 조금 높은 45~47%이며 일부 은행은 50%가 넘어도 대출을 발급하고 있다. 융자 업계에서는 법안이 시행되면 점보융자 발급 건수가 현재보다 약 25% 정도 줄어들 것으로 우려중이다.
<준 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