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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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포에 담긴 사랑

2013-12-05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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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의견

▶ 한경미 / 부동산 중개업

“도착했니? 아직 안 왔다고?” 전화기로 안타깝게 소포 도착을 확인한다. 뉴욕에서 공부하는 아들이 이번 추수감사절에 오지 못한다고 하자 부랴부랴 일회용 반찬, 라면과 과자 등을 챙겨서 소포로 보내고 확인하는 소리다.

어른이 다된 아들이 밥 챙겨먹지 못할까 걱정하는 모습을 옆에서 보던 남편은 “엄마들은 다 똑 같네”라며 혼잣말 소리를 하고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런데 ‘엄마들’이란 말이 가슴에 박혔다. ‘누구? 아, 시어머니.’ 바로 그 순간, 내 모습이 시어머님의 모습과 같음을 깨달았다.

나는 화들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시어머니께서는 가끔 한국에서 김치를 보내주신다. 배추김치, 총각김치, 파김치, 갓김치 뿐 아니라 갖가지 밑반찬들도 보내 주시곤 한다. 그런데 나는 별로 반갑지가 않았다.


어머니 고생하시지 말라고, 여기서도 만들어 먹을 수 있다고 말씀드리고, 심지어는 배달하는 우체국 직원이 냄새나서 싫어한다고 보내지 말라고 누누이 말씀드리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배달 예상 날짜에 집에 꼭 있어야 하는 것도 스트레스였다.

그런데 지금 내가 그 시어머니의 위치에서 안타까워하고 있다. 아들의 행복한 미소를 멀리서라도 느끼고 싶어서 굳이 소포를 보내는 엄마의 사랑, 이제야 어머니의 안타까워하시는 잔소리 반, 염려 반의 말씀이 고맙게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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