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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출신 나수호 교수, 한국문학 번역상 수상

2013-12-03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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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 ‘검은꽃’ 번역

뉴욕출신 나수호 교수, 한국문학 번역상 수상

제11회 한국문학번역상 받은 뉴욕 출신의 나수호 교수. <연합>

"한국인의 눈으로 본 서양의 모습, 당시의 역사를 서구인에게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올해 제11회 한국문학번역상을 받은 나수호(40·사진)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교수는 시상식이 열린 27일 서울 코리아나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소설 ‘검은 꽃’을 영어로 번역한 이유를 이같이 밝혔다. 그는 "멕시코와 (지리적으로) 가까운 미국인들에게도 일제 강점기 즈음 그곳에 한국 이주민들이 왔다는 사실은 생소한 역사"라며 "(’검은 꽃’은) 당시 한국인이 서양을 어떻게 바라봤는지, 태평양 건너 이국에서 어떤 경험을 했는지 잘 알게 하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김영하 작가가 2003년 발표한 소설 ‘검은 꽃’은 일본과 러시아가 한반도를 사이에 두고 힘겨루기를 하던 1905년 영국 기선 일포드 호를 타고 멕시코로 건너간 조선인 1,033명의 이야기가 담겼다. 더 나은 삶을 꿈꾸며 망망대해를 건넜지만 그들을 기다린 건 가혹한 착취에 시달리는 농장 노동자의 삶이었다. 대륙식민회사에 속아 멕시코에 채무 노예로 팔려간 것이다.


나 교수는 "한국인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지만 외국인도 다른 관점의 역사를 알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미국 뉴욕 출신으로 뉴욕주립대학(SUNY)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나 교수는 일본 대중문화에 관심을 두다 1995년 한국에 방문하면서 이곳과 첫 연을 맺었다. 그후 한국 문학에 대한 ‘은근한 끌림’을 따라 서울대 국어국문학 석·박사과정을 밟았다는 그는 설화·민화·전설·신화 등 한국 구비 문학에 특히 관심을 뒀다. 본명인 찰스 라 슈어(Charles La Shure) 중 성의 한자음을 따 한국식 이름 나수호(那秀昊)도 만들었다.

그의 주 종목과는 거리가 조금 먼 현대 소설을 번역작으로 택한 이유를 묻자 나 교수는 ‘검은 꽃’ 문체에도 구비 문학의 숨결이 담겼다고 설명했다."김 작가는 이 소설을 쓸 때 판소리와 같은 우리 구비 문학을 생각하고 집필했다고 합니다. 문체를 통해 그런 스타일을 재현하려고 했고요.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은 굉장히 한국적인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2003년 한국문학번역 신인상을 받은 그는 꼭 10년 만에 다시 수상의 기쁨을 맛봤다. 지난 10년간 한국에 대한 이해와 경험의 폭도 넓어졌을 터. 2008년부터 외대 강단에 선 그는 학생들에게서 배우는 점이 많다고 했다. 번역 실험과 스타일 연구의 토대를 마련하는 데 힘을 보탠 사람들에 대한 감사의 인사였다.

"번역은 혼자 또는 두 사람이 하는 작업이지만 저의 경우엔 여러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더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특히 ‘나’가 아닌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텍스트를 보는 법을 알게 된 점이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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