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존 틀 깬 ‘마술피리’ …“이렇게 재미있을 줄이야”

2013-11-27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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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A오페라 연말 공연 인기몰이

▶ 지루한 대사 없애고 만화처럼 자막처리, 튀어나오는 무대·무성영화풍 파격 연출, 시녀 출연 소프라노 장혜지 등 호연도

기존 틀 깬 ‘마술피리’ …“이렇게 재미있을 줄이야”

드디어 짝을 찾은 파파게노(오른쪽)와 파파게나.

기존 틀 깬 ‘마술피리’ …“이렇게 재미있을 줄이야”

밤의 여왕의 세 시녀가 노래하고 있다. 왼쪽이 장혜지.

이렇게 귀엽고 재밌는 오페라 공연이 또 있을까.

23일 도로시 챈들러 파빌리온의 LA오페라 무대에서 개막된 모차르트의‘마술피리’(The Magic Flute)는 이번 연말 남가주 공연 음악계의 최고 화제작으로 엄청난 인기를 끌 것이 확실하다. 대성공을 예감한 LA오페라가 예정된 6회 공연을 7회로 늘렸는데 이미 싼 티켓은 거의 동났을 정도로 열광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오페라와 만화와 무성영화를 섞어놓은 듯한 퓨전 프로덕션으로, 톡톡 튀는 연출, 동화 같은 그림과 이미지, 유머와 해학 넘치는 표현, 포복절도하게 웃기는 장면들이 계속 이어져 그야말로 남녀노소 누구나 사랑에 빠질 수 있는 공연이다. 너무나 재미있어서 내도록 입을 헤벌리고 봤는데 일면 팀 버튼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도 갖게 한다.


이 프로덕션은 베를린 코미셰 오퍼(예술감독 배리 코스키)와 영국 극단 1927(공동감독 수잔 안드레이드, 폴 배릿)이 만든 것으로, 지난 해 베를린에서 첫 선을 보여 센세이셔널 반응을 얻은 후 미국에는 이번에 처음 온 것이다.

배리 코스키 감독은 LA오페라와의 인터뷰에서 “매직 플룻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공연되는 오페라이고 스토리와 음악과 등장인물을 모르는 사람이 없는데, 이것을 8세 어린이와 80세 노인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공연으로 만들기 위해 작품에 내재한 여러 이질적 요소들-모순과 불일치, 판타지와 초현실, 마술과 인간적 감정을 한데 끌어안는 시도를 했다”고 말했다.

고전 오페라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공연은 적지 않지만 이처럼 형식 자체에 파격적 변화를 준 작품은 처음이어서 오페라의 현대적 변신에 새로운 기대를 갖게 한다.

‘마술피리’는 모차르트가 죽기 두 달전에 완성한 징슈필(독일의 민속 오페라, Singspiel)로서, 노래만큼이나 연극적 대사가 많은 작품이다. 그런데 이 프로덕션은 좀 지루하게 느껴지던 대사들을 모두 과감하게 쳐내고 그 내용을 단순화시켜 만화처럼 자막처리 해버린 것이 기존 ‘마술피리’ 공연의 틀을 깬 가장 큰 변형이라 하겠다.

게다가 등장인물들이 하늘에서 내려오고, 벽에서 튀어나오고, 지하에서 솟아오르는 등 여기저기서 튀어나오는 무대연출이 신선하고, 가수들도 움직이는 애니메이션에 맞춰 좋은 타이밍과 호흡을 보이며 열연을 펼쳐 한 편의 황홀한 공연예술을 만들어냈다.

테너 로렌스 브라운리(타미노 역), 소프라노 자나이 브루거(파미나 역), 바리톤 로디온 포고소프(파파게노 역), 콜로라투라 소프라노 에리카 미클로사(밤의 여왕 역), 베이스 에반 보이어(자라스트로 역), 그리고 소프라노 장혜지를 비롯한 여왕의 세 시녀 등 출연자 모두 좋은 공연을 보여준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마술피리’의 백미라 할 수 있는 밤의 여왕 아리아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것. 조수미가 얼마나 대단한 콜로라투라인지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아이들도 데려가세요. 남은 공연일정은 11월30일·12월5일·11일 오후 7시30분, 13일 오후 8시30분, 8일과 15일 오후 2시.
www.laopera.com, (213)972-8001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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