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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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성형 환자의 죽음

2013-11-2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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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재옥 / 의사

▶ 여론마당

얼마 전 한국에서 한 여성이 성형수술을 받은 후 숨졌다. 출혈 흔적이 없으니 수술에는 아무 이상이 없었단다. 아무런 혈흔 상처가 없다면 약물중독으로 인한 타살이 분명하다. 의사 잘못도 아니란다. 그렇다면 멀쩡한 여성이 왜 죽었을까?

국과수 부검결과는 저산소성 뇌손상으로 판정이 나왔다. 사실 모든 사망은 산소부족 때문이다. 산소 양은 시시각각으로 모니터링이 되며 조금만 낮아도 즉각 경종이 울린다. 그래서 얼마든지 대처가 가능하다.

이 경우 무엇이 산소결핍을 가져왔는지 그 원인을 밝혀내 적절한 응급조치를 취했어야 했다. 5분 이내로 심폐소생술을 시행했더라면 아마도 충분히 살 수 있었을 것이다.


사실 이 환자를 죽음에 몰아넣은 것은 마취약 때문이다. 누군가가 불법으로 극약을 주사했던 것은 아닐까. 생명에 직결되는 마취약을 자기 전공이 아닌 한 함부로 손대는 의사는 거의 없다. 만일 그런 의사가 있다면 그는 살인자나 마찬가지다.

팝 가수 마이클 잭슨을 사지로 몰아넣은 프로포폴은 우유처럼 하얀 빛깔로 마취약 중 가장 독한 약이다. 일명 ‘우유주사’라고 불린다. 주사 즉시 의식이 없어지고 마취의사의 도움 없이는 사망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따라서 전문의 외에는 절대 사용 못하도록 법으로 강력하게 규제되어 있다.

하나님은 아담을 잠재운 후 갈빗대를 꺼내 하와를 탄생시켰다. 그분은 최초의 마취의사였고 깊은 잠에서 우리를 항상 깨워주신다. 가끔 힘든 수술 도중 생사기로를 헤매는 환자들을 접할 때는 저 멀리 높은 곳에서 도움을 주시는 신의 임재를 느낀다.

수술을 원하는 환자는 반드시 마취 전문의와 미리 상담을 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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