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관광지의 대형 간판들

2013-11-1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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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정 / 수필가

가을을 맞아 한국 방문과 함께 동남아 크루즈 여행을 다녀왔다. 상하이, 오키나와, 홍콩, 베트남, 싱가폴을 두루 돌아보면서 문화를 사랑한 나라가 부강했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가 있었다.

홍콩과 싱가폴은 인테리어 디자이너를 시켜 나라를 꾸몄다고 할 정도로 나라 전체가 잘 정돈되어 있고 곳곳의 예술적인 건물들로 관광객을 사로잡았다. 그에 비해 베트남이나 변두리 중국은 자연 그대로의 운치는 있지만 정돈이 안돼 어수선한 것이 마치 1950~60년대 한국 같았고 사람들의 생활수준이 너무도 뒤떨어져 불쌍하다는 느낌까지 들었다.

한국은 우리 식구가 이민 오던 시절과는 비교가 안 되게 발전했음은 물론 지방마다 고유한 특색을 살려 문화를 발전시키려는 노력이 보여 마음 뿌듯했다. 그런 한편으로 가는 곳마다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이 있었다. 아름다운 건물이며 경치 어디 하나 나무랄 데가 없지만 감자탕, 추어탕, 숯불구이 등 대형 간판들이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것이었다.


물론 생존경쟁 차원의 대형 간판을 무조건 탓할 것은 아니지만 하늘을 찌를 듯이 올려 세운 간판은 아무래도 눈살을 찌푸리게 했고 동네마다 들쑥날쑥 곳곳에 음식점이며 술집이 들어차 있었다. 마치 고급스런 식당에 화장실이 엉망인 것처럼 나라 전체가 뭔가 허술하고 안정감이 없어 보였다.

지금은 광고와 선전의 시대라고 하지만 업소들이 조금만 남을 배려하고 무엇보다 지역사회를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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