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이

2013-11-09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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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윤재 / 샌프란시스코

“몇 살이세요?”라는 질문에 도대체 내 나이가 몇인지 계산이 안된다. 결국 태어난 해로 대답을 대신한다. “생일 축하해”라는 말에 선뜻 고맙다 라는 말이 나오질 않는다. 나를 지나간 시간을 마주하니 그 엄청난 속도에 압도되어 입이 막힌 탓이다.

나이 먹기를 기다리며 설렘으로 잠들던 섣달 그믐날 밤이 떠오른다. 친구들, 가족들과 생일을 축하할 생각에 생일 몇달 전부터 이런저런 계획을 세우던 내가 떠오른다.

나이 먹는 일이 반복되다 보니 그저 때 되면 일어나고 잠자리에 들듯 일상이 되어버렸다. 가끔 삶이 내게 서운해 하지나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아침에 일어나 습관처럼 커피 한잔 마시듯 무심히 나이 먹는 일이 벌어지다 보니 그 안에 분명히 존재하는 특별함도 사라져버린 것 같아서다.

기쁨에 가득 차 반짝이는 눈으로 새해를 맞던 때가 있었다. 설렘으로 생일을 기다리던 때가 있었다. 그런 추억의 순간들은 지금도 나를 미소짓게 한다. 매일 매일을 특별한 일들로 채울 수는 없을 것이다. 특별한 것에는 특별한 자리를 내어주고, 삶에서 한 자리쯤은 조금 다른 것들로 채워보고, 특별한 시간을 통해 평범한 시간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을 만드는 것이 삶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작은 선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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