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정신이 먼저 나서는 날

2013-11-07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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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봉호 / 시인, MD

누구나 사람은 육신의 길이 곧게나 있고
그 길을 살포시 걷는 정신의 길이 있습니다

육신의 길은 걸을수록 피곤하고 지치지만
정신이 가는 길은 멈추어 설 때 지칩니다

육신이 가는 길은 앞으로만 곧게 나 있어
잘 못 간 길은 다시 갈 생각도 못하지만
정신이 가는 길은 곡선처럼 자유로워
돌고 다시 돌아가도 길은 또 열립니다


육신과 정신이 타협해 간 길은 성공률이 높지만
육신 따로 정신 따로 간 길은 대개 실패합니다

육신이 머물다간 길은 비가 조금만 와도 젖지만
정신이 지나간 길은 비가 오면 더 말끔해집니다

육신이 가는 길은 힘을 주어도 바람 불면 흔들리지만
정신이 간 길은 바람이 일면 사랑을 만듭니다
없는 자나 낮은 자나 연약해 보이는 그 어떤 이도
봉사와 나눔에 힘쓰며 즐거워만 한답니다

가을비 내리고 바람 스산하게 부는 오늘은
허술한 육신보다 정신이 먼저 길을 나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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