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행 가이드] 서핏캐년
▶ 1938년 LA 대홍수 지켜 낸 서핏댐 자리해, 벤오버터프~디어팍 왕복 7마일 4시간 걸려
Live Oak이 우거진 가을의 등산로.
“내 이름은 Mal Packer, 몬로비아캐년 팍의 레인저이자, Sawpit Dam의 관리인이다.
아마도 오늘이 3월3일일 것이다. 물론 1938년이다. 지난 4~5일은 제대로 눈 한 번 붙이지 못해 날짜까지 아리송하다.
며칠간 밤낮으로 유례가 없이 무섭게 쏟아져 내리는 폭우로 인해, 댐으로 밀려드는 엄청난 량의 물을 상대로, 사나운 물줄기가 댐을 흘러 넘쳐 통제 불능이 되지 않도록, 한꺼번에 너무 많은 물을 방출하여 계곡 아래의 Monrovia와 Duarte가 휩쓸려 나가는 일이 없도록, 계곡을 휩쓸며 밀려오는 엄청난 양의 퇴적물로 댐의 배수구가 막혀 댐이 무용지물이 되는 일이 없도록 하는 등의 조치를 위해 필사의 노력을 해왔다.
내가 맡은 이 일이 댐 아래에 있는 세 아이를 포함한 내 가족과 이웃, 그리고 전 도시민들의 생사에 직결된 일임이 명약관화하니 어찌 두렵지 않았겠는가!언제 그칠지 모르는 밑 빠진 하늘을 보며 두려움에 떨었지만, 어쩌겠는가, 진인사하고 대천명하는 수밖에! 다행히 이대로 더 이상 비가 오지 않는다면, 이미 아래 도시의 간선도로들도 침수되었지만, 최악의 인명피해는 막아졌기에, 아직은 불안한 가운데도 그나마 다행스런 느낌이다. 태어난 이래 가장 힘들었던 요 며칠이었지만, 또 내 인생에서 가장 확실한 사명과 보람을 느낄 수 있었던 날들이었다.”위의 상황은 그 당시 다섯 살의 유치원생으로 Monrovia에 살고 있던 Bob Packer가 대홍수를 겪을 때의 아버지를 기억하는 내용을 바탕으로 서술해 본 것이다.
이미 1927년에 준공되어 있었던 Sawpit Dam에 얽힌 얘기인데, 이틀 간에 걸친 강우량이 산악지역에는 32인치(810mm)를 기록하여 113명 이상의 인명이 사망 실종됐고, 7,000채 이상의 건물이 파괴 또는 유실되었다는 1938년의 LA 대홍수 때, 제 몫을 한 번 제대로 해낸 셈이겠다.
오늘 안내코자 하는 Sawpit Canyon에있으며, 이 댐을 경유하며 Ben Overturff Trail을 따라 Deer Park까지 왕복하면, 거리 7마일에, 순등반고도 1,620‘의 전혀 힘들지 않은 산행이 되며, 약 4~5시간이 걸린다.
사시사철 계곡에 맑은 물이 흐르는데, Live Oak, Bay Laurel, Toyon, Laurel Sumac 등의 수목들이 지금 한창 가을의 정취를 물씬 자아내고 있는 아름다운 곳이다.
■가는 길
Fwy 210의 Myrtle Ave. Exit으로 나와 북쪽(산쪽)으로 약 1마일을 가면 Foothill Blvd.가 나온다. 우회전하여 0.25마일을 가서 Canyon Blvd.에서 좌회전을 한다. 이 길이 약 0.75마일을 가면 약간 오른쪽으로 굽어지는데, 이 길을 따라 1마일을 더 가면 Monrovia Canyon Park의 입구가 된다.
■등산 코스
Kiosk를 지나 200m쯤 들어간 곳에 오른쪽으로 나있는 Monrovia Canyon Fire Rd.를 따라 올라가는 것으로 산행이 시작된다. 초입의 creek을 가로질러 놓여 있는 넓은 다리를 건너면 잘 포장된 길이 왼쪽으로 휘어진 후 지그재그로 올라간다.
Sawpit Dam까지는 대략 10분이면 닿는데 이 초반구간이 약간 경사가 급한 편이다. 원래 이 댐은 홍수 대비와 식수원 확보의 목적에서 건설되었으나, 지진에 의해 댐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진단을 받아, 1969년부터는 저수는 하지 않고 단지 유사시의 홍수 대비용으로만 유지되고 있다고 한다.
여기서부터는 길의 경사가 훨씬 완만해진다. 1.3마일 지점에 이르면 왼편에 Trask Boy Scout Reservation이라는 표지가 있는 시설의 입구가 있다. 여기까지가 포장도로이다.
조금 더 걸어가면 소방도로가 왼쪽으로 꺾이는데, 길 왼쪽에 1m 정도의 높이로 자잘한 돌을 쌓아 만든 두 개의 돌기둥이 서있다. 편도 2마일의 Ben Overturff Trail의 시작점이다.
약간 내리막인 트레일로 들어선다. 불과 1~2분 사이에 Sawpit Canyon의 짙은 live oak의 녹음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맑은 물이 흐르는 Sawpit Creek을 건너며 우거진 나무들이 만들어 주는 시원한 터널도 지난다.
0.5마일쯤을 지나면 Meadow라고 불리는 곳에 이른다. 왼쪽으로 15m쯤의 높이로 딱 잘라진 절벽이 솟아 있고 그 능선 위에 나무들이 실루엣으로 아름답게 보인다. 나무들이 우거진 숲길을 한동안 걷다보면 높은 등성이를 지나는 곳에 이른다. Razorback이라고 부르는 곳으로 왼쪽으로는 시야가 툭 터져 있어 멀리 몬로비아산의 줄기들을 볼 수 있다.
이 구간이 다 지나갈 무렵이면 SawpitCanyon이 다하고, 높지 않은 고개를 넘어가게 되는데, 등산로의 경사를 완화시키려한 것인지 마치 터널을 뚫듯 산줄기를 파낸 것 같은 지점을 지난다. The Gap이라고 호칭되는 곳인데, 평탄한 등산로를 만들기 위해 산줄기를 잘라낸 아주 이례적인 흔적이란다.
이 Gap을 지나 10분 정도를 가면 Live Oak이 주위가 어둑어둑할 정도로 우거져 있는 가운데 자연적으로 교량처럼 돋아져 있는 흙길 아래로 샘물이 흘러내리며 졸졸졸 소리를 내는 Twin Springs Canyon에 이르게 된다. 물이 흐르고 있는 Twin Springs Creek을 건너면, 길이 좌우로 갈라지는데 표지판도 있다. 우리가 가려는 Deer Park은 왼쪽 길이다.
정진옥 <재미한인산악회 등반이사>(310)259-6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