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욕설 댓글 유감

2013-11-0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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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근영 / 목사

요즘 국정원 댓글로 시끄러운 정국을 보면서 그 댓글의 내용이 궁금해 컴퓨터에 들어가 보니, 낯 뜨거운 댓글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어린애가 말을 배울 땐 욕부터 먼저 배운다 했다. 그래서 지나가는 동네어른에게 장난삼아 욕을 해 그 부모를 당혹하게 하곤 했다. 또 며칠 전 유튜브에서 한 부인은 자기가 키우던 앵무새에게 욕설을 가르쳐 온갖 욕설을 퍼붓는 것을 보았다.

내가 본 그 댓글들은 바로 그런 욕설들로 가득 차 있었다. 물론 이 세상에 욕설 없는 나라는 없을 것이다. 욕설 없는 나라는 하늘나라밖에 없을 것이다.

‘말이라고 다 말이 아니다’는 말처럼 우리 이민가정과 사회의 ‘언어순화’를 생각해 본다. 나의 아버지는 가끔 어머니와 말다툼 할 때에도 존댓말을 쓰며 싸우셨기에 싸움은 늘 해피엔드로 끝날 수밖에 없었다. 세 살 버릇 여든 간다고 욕도 자주하다 보면 버릇이 되어 아무나보면 욕이 튀어나와 심각한 우발적 범죄의 동기가 되기도 한다.

한인 이민가정에서 욕설로 말다툼하다 총 부림이 일어난 비극적 뉴스를 듣고 마음이 아팠다. 또한 한국에서 광우병 촛불집회 때도 어떤 몰지각한 아버지는 어린 딸에게 욕을 가르쳐 할아버지뻘 되는 대통령에게 “너나 많이 X 먹으라!”는 낯 뜨거운 피켓을 들게 했다. 이제 는 가냘픈 여성대통령에게 ‘쌍시옷’ 발음의 욕설 댓글을 달고 있다. 행여나 이웃나라 사람들이 본다면 우리 ‘동방예의지국’을 얼마나 비하할까 하는 생각에 나는 죄인이 된 것처럼 얼굴을 가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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