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그리운 코스모스

2013-10-2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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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혜석 / 시인

코스모스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가을꽃이다. 내 가슴에는 아직도 무리진 코스모스의 가을 들녘이나 가녀린 웃음 날리며 한없이 흔들리던 코스모스가 선명하게 남아 있다. 가을이면 어디로 눈을 돌려도 맞닥뜨리던 코스모스. 웃는 듯 슬픈 듯 코스모스가 흔들릴 때면 가을은 내 안에 들어와 앉았고 나는 바야흐로 가을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그렇게 사랑스러운 코스모스를, 어디서고 줄지어 술렁거리며 나를 반기던 코스모스를 내가 사는 이 땅에서는 만나지 못하고 있다.

차를 달리다가 언뜻 길가에 늘어선 꽃들이 코스모스인 듯이 하늘거리기에 차를 멈추고 다가가 보지만 빛깔만 그럴듯한 전혀 다른 얼굴이고, 화원 한켠에 밀쳐져 옹송거리고 있는 코스모스 꽃무리는 가을을 피워내지도 못한 채 화분에 포기로 나눠져 뜨거운 태양 볕에 힘없이 부서지고 있었다. 하물며 노란 얼굴로 코스모스라고 우기는 금계화를 보며 가을을 만끽하겠다는 타협은 서글픈 타향살이의 서러움으로 금세 전락하고 만다.

하늘은 파랗게 깊어가고 서늘한 바람이 잎새를 연하게 물들이는 가을이 마음에 사무칠 때는 코스모스가 한없이 그립다. 환한 웃음과 함께 반기며 손짓하는 코스모스가 피지 않는 이 땅의 가을을 어떻게 견뎌야 할지 … 어쩌다 이 가을에 코스모스 들판을 만나는 행복한 꿈이라도 꾸어 볼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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