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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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방어

2013-10-17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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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연중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패턴들은 시대와 문화를 초월하여 보편적인 공통점이 있는 것같다. 사회생활을 하며 종종 깨닫게 되는데,살아가면서 예상치 못한 어떤 일이 생겼을때 동료나 친지들과 서로 협력하여 아주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긍정적이고 바람직한것도 있지만 한편으론 시기심, 완고함, 자기중심주의 등에 치우쳐서 일을 그르치는 경우도 생긴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이런 부정적 특성이 비교적 가볍게 나타나지만 내면에 언제나 불만과 불안심리가 가득 차 있는사람은 주위사람들에게도 안정감을 주지 못하며 항상 그 주변에 잡음이 많다. 이런 부정적 특성이 강한 사람을 가까이 하면 알게모르게 자신의 삶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수 있으므로 그런 타입의 사람인지를 빠르게 간파하고 적절하게 대처하는 지혜 즉 자’기방어’도 필요하다고 한다.

사람은 경제적 수준이나 외모, 성격, 호감도 등 언제나 자신과 타인을 비교하는 것이본성이다. 때때로 주변의 누군가가 자신보다더 성공을 거두면 보통은 자연스럽게 얼마간의 시기심을 느끼고 말지만 간혹 어떤 사람들은 이 시기심 때문에 해당되는 사람이나 주위사람에게 피해를 입히곤 한다. 그런데 의외로 이런 사람들은 겉으로는 상대방을 과도하게 칭찬하며 치켜세우거나 친근감을 가지고 다가오는 접근성이 좋다고 하니참 아이러니하다.


한편 자기중심적 성향 또한인간의 본성임은 물론이다. 경쟁사회에서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먼저 생각하게 되고 우선자기 이익 챙기기에 바쁘게 마련이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타인의 호감을 사고 싶고 남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좋은 사람으로 비치고 싶어 한다. 그러므로 간혹 자기중심적인 성향이 너무 강한 사람을 대해야할 때는 그 사람의 관심사를 중심으로 대화가 흘러가도록 분위기를 끌고가는 것이 좋다고 한다.

또 다른 인간의 본성 중의 하나가 태만이다. 가장 빠르고 쉬운 방법으로 목표를 달성하고 싶은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다. 하지만.

땀 흘리고 열심히 노력해서 목표를 성취하는 것이 옳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런 조급함을 억누른다. 하지만 태만한 성향이 강한 사람은 동료의 훌륭한 아이디어를 훔쳐서 거저 차지하기도 하고 진행되고 있는 프로젝트 중간에 느닷없이 끼어들어와 거기에자기 이름을 올리고 부분적인 공로를 인정받으려 들기도 한다.

이렇게 우리는 언제나 이성적 판단을 토대로 결정을 내린다고 믿지만 실상은 감정의 지배를 받을 때가 많다. 그러니 온화한 태도로 동료들과 원만하게 어울리며 자신의주관을 지키는 현명함이 필요하며 그 좋은 예로 수많은 명작을남긴 괴테의 귀’ 족과 어울리기’를들어보자.

1775년 괴테는 독일 최초의 공화국인 바이마르 공화국의 실권자 아우구스트의 초청으로 그곳궁정에서 살게 되었다. 당시에 다소 고립되어 있던 바이마르 공화국을 문학과 교양의중심지로 변화시키려 괴테를 궁정으로 불러들인 아우구스트는 높은 공직을 주며 그를환대했다. 괴테는 중산층 출신이기 때문에귀족들과 어울려 본 경험이 거의 없지만 그곳에서 지내면서 경험을 넓히고 자신은 아우구스트에게 유용한 조언을 제공해 줄 수있으리라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귀족들에게 삶의 중심은 게임과사냥, 끝없는 쑥덕공론이 전부였고 몇 개월이 지나자 궁정생활에 염증을 느꼈다. 가령연극을 보고 돌아오면, 누가 누구랑 함께 왔으며 오늘 무대에 오른 새로운 여배우의 외모가 어떻다는 둥 사소한 그런 것들만이 끝없이 화제가 되었고 연극 자체나 작품에 대한 이야기는 한마디도 없었다. 그리고 궁정관리들은 공무와 관련된 논의 자리에서 괴테가 어떤 혁신적인 개선책을 내놓으면 격분하면서 그런 의견을 섣불리 내놓으면 자리가 위태로워질 것이라고 경고까지 했다.

자연히 괴테의 의견은 묻혀버리기 일쑤였고 그는 성실하게 임무를 수행했지만 궁정내의 사교생활은 참기가 힘들었다. 하지만현실적인 관점을 지닌 실용주의자인 자신이어차피 바꿀 수 없는 것들에 대해 불평하는것은 쓸데없는 짓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궁정에서 늘 마주쳐야 할 귀족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최대한 말수를 줄이고 가급적이면 자기 의견을 피력하지 않았다.


어떤 화제에서든 상대방이 말하게 하고경청하며 그들을 관찰하기로 마음을 바꿔먹었다. 그러면 그들은 자신의 비밀이나 어리석은 생각을 드러내며 신변의 사건들을 털어놓았다. 귀족들은 괴테에게 무궁무진한 문학적 소재를 제공한 셈이었다. 그가 앞으로 쓸소설과 희곡에 등장할 다양한 인물과 대화,어리석은 인간 행동의 패턴이 그들의 이야기속에 들어 있었다고 한다.

괴테는 귀족들에게 환멸을 느낀 시기를가장 생산적이고 유용한 소득을 얻는 시기로 변화시켰다고 회고했다. 위대한 사람은자신에게 최악의 시간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자기방어’의 재주가 있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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