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람에겐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

2013-10-12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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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만 / 목사

“사람에겐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 톨스토이가 만년에 시골 농토에 귀의하여 쓴 단편 우화이다. 우화에 ‘바흠’ 이라는 농부가 나온다. 땅에 대한 애착이 유난히 많았던 바흠은 어느 날 가슴 뛰는 소문을 들었다. 광활한 농토를 소유한 촌장이 헐값으로 땅을 팔고 있다는 것이다.

촌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니 농토를 파는 조건이 아주 특이했다. 농토의 가격은 언제나 일정한데 하루 당 1,000루불이라는 것이다. “출발점을 떠나 하루 동안 당신의 발로 밟고 돌아 온 땅이 바로 당신의 땅이 된다”고 했다.

바흠은 이튿날 새벽 동트기 전에 출발점으로 나갔다. 하루 종일 열심히 달리면 100만 평 정도는 충분히 얻을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출발점을 떠난 그는 두 팔을 앞뒤로 힘차게 내 저으며 달려 나갔다. 그의 두 눈은 거부가 되는 꿈으로 활활 타올랐다.


어느덧 해가 서쪽으로 기울었다. 그러나 바흠은 “조금만 더 가자, 조금만 더 간 후에 돌아가자”라며 계속 앞으로 나갔다. 지금 포기하기에는 너무 아깝다는 생각에 해가 기우는 것을 보면서도 돌아 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어느덧 해가 아득한 지평선 아래로 숨어들고 있었다. 촌장과 출발점에서 만나기로 약속한 시간이 가까웠음을 직감한 바흠은 돌아서서 혼신을 다해 내 달렸다. 그는 젖 먹던 힘을 다하여 내 달렸다. 그리고 간신히 출발점에 도착하였다. 그 순간 그는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그리고는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촌장은 쓰러진 바흠 앞에서 이렇게 말했다. “사람에겐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이 우화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 무엇인가. 절제다. 높은 산을 등정할 때 꼭 지켜야 할 철칙이 있다. 정상에 오래 머물지 말라는 것이다. 바흠의 이야기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바로 나와 너의 이야기이다. 특히 권력을 쥐고 흔드는 정치인들, 부를 경영하는 기업가들, 세상 인기를 생명처럼 여기는 스타들, 그리고 교회 목회자들까지도 귀담아 들었으면 한다. “사람에겐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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