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경이로운 경험… 아인슈타인 여자 배역은 내가 유일”

2013-10-02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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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l 제니퍼 고

▶ 5시간 공연 중 3시간 연주 내년 3월 LA체임버와 협연

“경이로운 경험… 아인슈타인 여자 배역은 내가 유일”

아인슈타인으로 분한 제니퍼 고.

제니퍼 고의 연주를 들어본 사람이라면 왜 이 세계적인 전위 오페라의 리바이벌 프로덕션에 여자임에도 불구하고 아인슈타인으로 기용됐는지 알 것이다. 강렬하고 불꽃 튀는 열정으로 듣는 사람의 영혼까지 모두 빨려 들어가게 만드는 제니퍼 고는 고전에도 능하지만 현대 음악을 연주할 때 특히 모험적이고 지적이며 섬세한 연주로 그 누구도 낼 수 없는 소리를 낸다. 현대 작곡가들이 그에게 신곡의 초연을 많이 위촉하는 것도 그런 특별함 때문일 것이다. LA 오페라의 ‘해변의 아인슈타인’ 무대에 서는 제니퍼 고를 인터뷰했다.

▲바이얼리니스트로서 오페라에 출연하는 경험은 어떤가?△경이롭고, 도전이 되며, 새로운 눈이 떠지는 경험이다. 연주를 앞두고 이렇게 많은 사람들과 일해 본 적이 없는데 여러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일하는 과정을 무척 인조이하고 있다. 특히 연출가 로버트 윌슨이 너무 좋아서 함께 일하는 것이 즐겁다.

▲이번 투어에서 아인슈타인 역을 몇 번 맡았나?△미시간 앤아버, 토론토, 브루클린 아카데미, 버클리 공연에 출연했으니 LA 오페라 무대가 다섯 번째다. 벌써 그렇게나 많이 했는지 세어 보니 놀랍다.


▲아인슈타인 역을 맡은 다른 바이얼리니스트는 누가 있나?△옛날에 있었던 공연은 잘 모르겠고, 이번 투어에서 나와 앤토인 실버맨이라는 바이얼리니스트가 번갈아 맡았다. 여자로선 지금까지 내가 유일한 아인슈타인이다.

▲무대에서 아인슈타인은 얼마나 오래 연주하나, 연기도 하나?△거의 5시간 계속되는 공연에서 3시간 정도 연주한다. 그리고 연기라고 할 수는 없지만 무대에서 약간의 동작은 물론 있다.

▲아인슈타인으로 분장한 모습이 그럴 듯하다△분장하는데 한 시간이나 걸린다. 가발도 쓰고, 수염도 붙이고, 나를 노인으로 만들려니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이다.

▲아인슈타인과 공통점이 혹시 있나?△아인슈타인도 바이얼린을 연주했다고 한다. 나의 은사를 통해서 아인슈타인과 친하게 지냈던 피아니스트 루돌프 서킨이 남긴 이야기를 들으며 배역을 공부하곤 했다.

▲이 오페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오페라의 역사를 바꾼 작품이고 시간과 공연예술의 개념을 바꾼 공연이다. 종래의 오페라나 퍼포먼스와는 시작부터가 다르다. 내가 이 오페라의 배역을 맡았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다.

▲다음 연주 스케줄은 어떤가?△워싱턴 DC에서 내셔널 심포니와 연주가 있고 독일 뮌헨과 일본 NHK와의 협연 등 익사이팅한 연주가 계속 기다리고 있다. LA에서는 내년 3월 LA 체임버 오케스트라와 협연이 예정돼 있다.

▲바흐 프로젝트도 계속하고 있는데 바로크에서 현대 음악을 넘나드는 프로그램을 소화하기가 벅차지 않은가?△그렇지 않다. 나는 오히려 그 대조와 병렬을 좋아한다. 모든 연주가 재미있고 서로 다른 음악을 다양하게 연주할 때 다음 연주가 더 좋아지기도 한다.

▲ ‘무궁화: 샤론의 장미’를 꼭 다시 듣고 싶은데 언제 연주 계획이 있을까?△지금은 계획이 없지만 나 역시 꼭 다시 연주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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