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완용과 이병철

2013-09-10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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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경제 / LA

인터넷을 통해 알려지고 퍼지는 수많은 풍문 중에서 진실은 극히 드물고 대부분은 센세이셔널해서 흥미를 자극하고 누구를 해치거나 어떤 정치적인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들이다. 그런 예로 최근 인터넷에 떠도는 한 글은 이완용의 손자 중 하나가 삼성그룹 창업자 이병철 회장이라는 데서 시작해 고 이병철 회장과 조금이라도 관계가 될 만한 재계, 언론계, 사법계 등 각계의 수많은 인물을 모두 매국노 이완용의 후손이라고 주장한다.

그게 얼마나 엉뚱한 날조인지 인터넷의 한국 민족문화 대백과사전에 들어가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이완용의 본은 황해도 우봉에 출신은 경기도 광주인데 비해 이병철 회장의 본은 경주에다 경남 의령 출신이다. 더 가증스러운 것은 이완용 가계보에 아들 李恒九의 네 아들 이라며 丙자 돌림의 세 이름은 한자로 적고 이병철만은 한자 안 쓰고 한글로만 써놓았는데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병철씨의 병자는 秉이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을 알려하지도, 의심하지도 않고 그 같은 속임수에 쉽게 넘어가고 마는 사람이 한둘이 아닐 것 같다. 이렇게 날조된 인척관계를 살짝 짤막하게 써놓고는 매국노 이완용과 이건희 계, 대한민국은 친일파 공화국이라고 네 페이지에 걸친 긴 글을 써 놓은 것을 보면 무슨 의도로 만든 조작인지 짐작이 쉽게 간다.

지금 본국에서는 한 국회의원이 내란을 음모해 왔다는 보도로 많은 국민들이 놀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런 날조문이나 정치적 이념에 따른 역사의 왜곡 같은 것이 나도는 것을 국민들은 한층 더 경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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