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녹슬지 않는 삶

2013-08-3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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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혜자 / 워싱턴

4년 전쯤, 내게 갑자기 찾아온 질병으로 신체상에 어려움을 겪었다. 한쪽 발은 수술을 받아 발을 땅에 디딜 수가 없었고, 한쪽 발은 갑자기 통풍이 찾아와 발이 벌겋게 부어올라 발을 디딜 수가 없는 상태에서 한 달 반 동안을 두 다리를 쓰지 못하고 누워있었다. 그때 나에게 찾아온 고통은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로 좌절감뿐이었다.

그때, 나는 두 다리를 또는 두 손을 못 쓰는 장애인을 이해하게 되었다. 나 자신보다도 가족에게 큰 고통을 주는 것 같아 그것이 나를 더 괴롭혔다. 그러다 어느 순간 ‘내가 고통을 느낀다는 것은 아직 살아있다는 증거가 아닌가’ 하고 생각하며 ‘그렇다면 무엇인들 참을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지금은 걸을 수 있게 되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다.

내가 그동안 열심히 닦아온 것이 어떤 것 일까? 나이가 많아지면 마음도, 몸도, 함께늙어가게 마련이다. 이때 인생이 녹슬지 않도록 그동안 닦아온 자기 분야를 개발하도록 힘써야 할 것 같다. 나에게 있어서는 음악 분야를 의미한다.


나는 목표를 오래전에 세워 놓았다. 음악을 전공 했으니, 여러 사람들이 즐겁게 부를 수 있는 노래를 작곡하여 가르치는 것이 나의 목표다. 누구나 마음이 답답할 때 쉽게 배워서 흥얼거리며 부를 수 있는 노래를 뜻한다. 또 한 가지는 글쓰기다.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와 기쁨이 되며 희망을 줄 수 있는 글을 쓰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도 해 보았다.

나이는 들어가지만 항상 희망을 놓지 않고 몸과 마음이 살아 부지런히 움직일 때, 우리의 삶이 녹슬지 않고 항상 반짝이며 빛나는 삶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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