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보고 싶은 엄마

2013-08-27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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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혜석 / 시인

어제만 같았던 눈물로 보내드린 그날이 어느새 세월은 흘러 엄마 가신 지 5년이다. 구름 한 점 없이 청명하던 하늘, 꽃들의 빛깔이 유난히 선명하던 팔월의 그날, 엄마는 그 빛을 따라 곱던 삶의 터전을 하늘로 옮기셨다.

할머니를 가슴에서 떠나보내지 못하고 못내 슬퍼하던 손주들, 할머니의 정성을 먹고 입으며 자라 어엿이 제자리를 지키는 다 큰 손주들의 오열 속에, 해도 해도 못다 하는 보답에 너무도 안타까운 자식들의 눈물 속에, 홀로 남아 지난날들의 회한에 잠겨 쓸쓸한 남편의 배웅 속에 엄마는 가셨다.

아직도 곳곳에 당신의 손때 묻은 기억들이 남아 돌아보면 코끝을 시큰케 하는 정성스런 손길은 점점 더 그리움을 깊게 하고 있다. 주일 예배당 앞자리, 아버지와 늘 나란히 지켜온 그 자리에 이제는 아버지 홀로 꿋꿋하시지만 바라보는 딸의 눈에는 자주 이슬이 맺힌다.


질곡 많은 삶에도 굳은 의지로 가꿔낸 터전은 남은 자손들의 든든한 울타리로 아직까지 둘러쳐져 있다. 길거리 유리창에 비치는 모습에 깜짝 놀라 다시 보면 엄마의 모습 그대로 한 채 내가 거기 서 있다. 엄마가 하던 몸짓을 그대로 따라하고 있는 나를 본다.

그럴 때면 더욱 보고 싶어지는데, 꿈에라도 보고 싶은데 꿈에서도 만나지지가 않는다. 반달만 가는 길, 높고 시원한 바람이 부는 곳, 그곳에 가면 푸른 언덕에 편히 누워 나를 반기는 엄마를 만날 것이다. 꿈에도 만나지 못하는 엄마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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