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를 봐도 순종해야죠”
2013-08-20 (화) 12:00:00
버지니아에 북미성공회에 소속된 최초의 한인교회(버지니아교회)를 설립하는 김바우로 사제는 얼마전까지 이 교단 내의 유일한 한인 신부였다. 지금은 캘리포니아에 두 명의 사제가 더 생겨 외롭지 않게 됐다.
“성공회 사제가 되려는 젊은 후보생들이 생각보다 많아서 기쁘다”는 김 사제는 버지니아교회도 웬만큼 정착되고 후임자가 나오면 바로 떠날 생각이다. 현재 담임하고 있는 메릴랜드교회에 적임자가 나오면 그 교회를 떠날 수도 있다. 내 교회에 출석하든 안하든 성도들을 돌보는 심방만큼이나 교회 개척을 중요한 사명으로 생각하고 있어서 워싱턴 주변에 성공회 교회들을 계속 세워나갈 계획이다.
사실 김 사제는 혼자가 아니었었다. 북미성공회(Anglican Church in North America)가 갈라져 나오기 전에 소속됐던 미국성공회(Episcopal Church)에는 현재 30여명의 한인 사제들이 있다. 이들과 교단적으로 결별되는 아픔을 감수해야 했던 이유는 동성애자 서품이 발단이다.
미국성공회 교단 자체도 크게 나뉘었다. 몇 년 전부터 동성애자 서품 반대 그룹과 허용 그룹 간에 각 주별로 교회마다 건물 등 재산권을 놓고 소송이 일었고 대부분 대법원에서 판결이 났다. 결과는 교회를 이미 떠난 동성애 반대 그룹의 패소. 이후 교회를 나온 성도들이 모여 교단을 만들기로 하고 2008년 텍사스주에서 로버트 던컨 주교를 북미성공회를 관장하는 대주교로 세우게 된다.
김 사제는 2010년 10월 미국성공회를 떠났다. 그는 당시 자신과 가까웠던 두 명의 미국사제와 가진 1시간 가량의 면담에서 한 말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저는 교단이 아니라 성경을 따르기 위해 사제가 됐습니다.”‘죽으면 죽으리라’ ‘그리 아니하실지라도’ 라는 각오로 신앙 생활을 해왔고 그 마음으로 사제 서품을 받은 김 사제는 동성애에 대해 성경의 원칙이 분명하다고 보고 있다. 동성애는 죄악이고 동성애자가 서품을 받는 일은 더더구나 안 된다. 그는 “미국성공회에 있지만 한인 사제들의 다수는 동성애를 반대하고 있기 때문에 나만 의인인척 하는 것 같아 말하기가 무척 조심스럽다”면서도 “그러나 하나님께 영광을 드리는 제도인 교회와 가족의 뿌리를 흔드는 가르침은 절대 용납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성직자라면 성도들에게 가장 안전한 ‘믿음의 테두리’를 가르쳐야 하는데 ‘죄를 죄라고 가르치지 않는 것’은 그 책임을 소홀히 하는 것이다.
김 사제는 “동성애자도 우리와 같은 죄인이기 때문에 품어야 하지만 진정 그들을 사랑한다면 고통스럽더라도 생명의 길을 가르쳐야 한다”며 “이젠 성도들도 성직자가 잘못 가르쳐서 그랬다는 변명은 할 수 없고 스스로 하나님의 뜻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병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