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그리스 황금기 예술 보여주는 조각·동전…

2013-07-31 (수) 12:00:00
크게 작게

▶ ■ 게티 빌라 ‘시실리 고대유물전’ 내달 19일까지

▶ 대표작‘모지아의 전차 모는 사람’ 올림포스 신들 동상 등 정교·우아 아르키메데스 정리 원본도 전시

그리스 황금기 예술 보여주는 조각·동전…

번식과 다산의 신‘프리아포스’(BC 250~212). 시실리에서 많이 나는 석회암 조각품이다.

그리스 황금기 예술 보여주는 조각·동전…

‘모지아의 전차를 모는 사람’. 기원 전 470~460년께 제작된 정교한 대리석 작품이다.

좀 늦었지만 올 여름이 다 가기 전 꼭 가봐야 할 전시가 있다. 게티 빌라에서 지난 4월3일부터 오는 8월19일까지 열리고 있는 시실리 고대 유물전(Sicily: Art and Invention between Greece and Rome). 지중해에서 가장 큰 섬인 시실리는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유산이 복합적으로 남아 있는 곳이다. 원래 그리스 식민지였던 이곳은 로마에 점령되기 전인 기원 전 8~3세기의 500년 동안 그리스 고전시대 황금기의 미술, 건축, 연극, 문학, 철학, 과학이 화려하게 꽃피었던 문화의 중심지였다. 하지만 그리스와 로마의 미술품이 널리 알려진 데 비해 시실리의 유물은 해외 뮤지엄에서 거의 소개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번 전시는 놓치기 아까운 기회라 하겠다.

게티는 2010년에 시실리와 문화협정을 맺고 일련의 교환전시를 열어 왔다. 고대 유물 복원에 세계 최고의 기술을 보유한 게티와 함께 오브제의 복원 및 보존작업, 전시, 연구, 컨퍼런스 등을 협력하는 프로젝트로서 이번 전시도 그의 일환이다.

이번 시실리 전에는 약 150점의 유물들(청동조각, 채색화병, 테라코타 동상, 부조, 상아조각, 금은조각, 보석, 동전 등)이 전시돼 있으며 당시 시실리 그리스인들의 풍요로운 라이프스타일과 종교, 문화, 군사, 교육 각 분야의 높은 업적과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이 가운데 모든 사람의 눈길을 끄는 전시품은 그리스 조각품 중에서도 가장 정교하고 우아한 유물 중 하나로 손꼽히는 ‘모지아의 전차를 모는 사람’(Mosia Charioteer)이다. 1976년 시실리 서부의 모지아 섬에서 발견된 이 조각품은 기원 전 470~460년에 제작된 대리석 작품으로 당시 시실리의 유력자를 대표해 올림피아 경기에 나가 승리한 전차선수로 보인다.

조각품의 우아한 스타일, 자신만만하고 기품 있는 얼굴 표정, 약간 콘트라포스트로 틀어서 선 당당한 자세만 보아도 압도적으로 아름다운데, 특별히 남자의 몸을 감싸고 있는 얇고 긴 린넨 겉옷의 섬세하게 물결치는 주름들은 얼마나 창의적이고 숙달된 조각가의 작품인지를 짐작하게 해준다. 이 조각품은 2012년 런던올림픽 때 대영박물관에서 전시된 후 게티 빌라로 운송돼 와 보존 처리된 후 전시 중이며 게티 전시가 끝난 후에는 클리블랜드 뮤지엄으로 옮겨간다.

이에 못지않게 흥미로운 조각품은 고대 시칠리아의 포르노라 해도 좋을 거대한 남근을 가진 번식과 다산의 신 프리아포스의 실물 크기 조각품으로, 이것 역시 게티에서의 보존을 거쳐 함께 전시되고 있다.

또 하나 찾아볼 것은 고대 그리스의 가장 유명한 수학자이며 물리학자였던 아르키메데스(BC 287~212)의 팔림세스트 한 조각이다. 원래 아르케메데스의 정리가 적혀 있던 이 고대 문서는 후에 지워진 다음 그 위에 다른 글이 쓰였으나 투시 테크놀러지를 사용해 판독한 결과 아르키메데스의 정리의 원본임이 밝혀졌다.

이 외에도 기원 전 5세기 말에 사용되던 정교한 시실리안 그리스 동전의 조각들이 눈길을 끌고, 당시 이들이 숭배하던 올림포스 신들인 아폴로, 하데스, 페르세포네의 테라코타 두상, 헤라클레스 청동상을 비롯해 대리석, 브론즈, 금속 등 다양한 재질의 오브제들이 전시돼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시실리에서 발견되는 유물들이 그리스의 유물인지, 시실리의 독자적 작품인지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500년이란 세월동안 그리스의 문화가 시실리의 것과 융화되면서 독특한 문화가 창조됐으리라 여겨지며 뿐만 아니라 카르타고의 지배를 받았던 시대의 북아프리카 영향을 보여주는 테라코타 마스크와 흑인노예 조각품들도 이번 전시에서 볼 수 있다.

수천년 된 인류의 문화유산을 직접 보는 것은 언제나 놀랍고 가슴 뛰는 일이다. 그리스 신화와 고대 역사를 공부하고 가서 보면 훨씬 풍요로운 관람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정숙희 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