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모카’제프리 다이치 관장, 3년만에 사임

2013-07-26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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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카(MOCA) 현대미술관의 제프리 다이치(Jeffrey Deitch) 관장(사진)이 부임 3년만에 사임한다.

제프리 다이치는 2010년 6월 부임한 후 모카의 큐레이터들 및 이사들과의 계속적으로 마찰을 빚다가 결국 관장직에서 내려오게 됐다.

그의 3년 재직 동안 모카는 예술계의 호불호가 극단적으로 갈리는 전시기획 및 행사, 인사문제 등으로 수많은 비판과 구설수에 시달렸으며 재정적으로도 안정되지 않아 수차례의 위기를 넘겼다. 특히 다이치는 미술관 경영 경험이 전무한 상업 아트 딜러이자 갤러리 오너 출신으로서, 그를 관장으로 데려온 모카의 파격적인 선택이 처음부터 문제였다는 여론이 끊이지 않았다.


전통적으로 미술관의 관장직은 유능한 큐레이터나 미술관 행정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들 가운데 선정되게 마련인데, 작품을 사고팔아 돈을 버는 커머셜 아트 딜러가 모카처럼 현대미술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는 뮤지엄의 관장직을 맡게 되면 이해관계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제프리 다이치는 콘템포러리 미술로는 전 세계 최고라 여겨지는 모카에 부임한 후 펀드레이징은 거의 못하면서 팝아트와 팝컬처, 연예계 셀러브리티들과 연계된 전시와 행사를 많이 유치해 미술계와 이사들의 불만을 샀다.

또한 그와 뜻이 맞지 않는 큐레이터들이 연속적으로 사임하거나 해임됐는데, 결정적으로 지난해 7월 모카의 22년 역사를 키워온 수석 큐레이터 폴 쉬멜을 쫓아냄으로써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지난 3년여 동안 다이치에 대해 가차 없는 비판적 시각을 보여 온 LA타임스는 다이치의 사임은 예견된 일이었다며 후임 관장은 유럽 미술계에서 찾아볼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이번 일로 마이클 고반 LACMA 관장 같은 유능한 인물을 갖는다는 게 얼마나 큰 행운인지, 모카와는 반대로 일취월장하는 라크마를 보면서 다시 한 번 고반의 능력에 찬사를 보내게 된다.

다이치의 사임과 함께 지난 5년간 재정난과 경영부실, 라크마와의 합병설 등으로 끊임없이 뉴스에 오르내렸던 모카가 새롭게 회생하는 되기만을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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