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카파미술상 수상 ‘신진 작품전’ LA문화원 6.21~7.11
▶ 플러그 931개로 만든‘서지’ 오디오테입 끈 이용‘인터벌’ 등 3개의 대형 설치작품 소개
931개의 차저와 플러그를 대형 벽면에 솟아오르는 파도형태로 설치한 신진의 작품‘서지’(Surge).
제13회 카파미술상(KAFA) 당선작가 신진의 수상 작품전이 6월21일부터 7월11일까지 LA 한국문화원(원장 김영산)에서 개최된다. 일상생활에서 쓰다 버린 물건들을 재활용하여 거대한 설치작품을 만드는 작가로 유명한 신진은‘인터벌’(Jean Shin-Intervals)이란 제목의 이 전시회에서 3개의 대형 인스톨레이션을 소개한다.
그 하나는 집에서 굴러다니는 전기충전기(charger)와 플러그를 수집, 무려 931개를 길이 40피트에 이르는 벽면에 파도의 웨이브를 연상시키는 형태로 설치한 작품 ‘서지’(Surge)로, IT 강국 한국과 K-Pop 한류의 자부심을 상징하는 한편 쉬지 않고 구형이 돼버리는 모바일 기기가 만들어내는 현대 디지털 풍경의 위협도 표현하고 있다.
또한 콜라주 작품 ‘인터벌’(Intervals)은 오디오테입의 긴 끈(strip)을 잘라내 새로운 형태와 구성으로 편집해 종이에 붙인 작품으로, 끊임없는 반복과 변조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동영상 작품 ‘앤 위 무브’(And We Move)는 음악과 영상에 관한 대형 비디오 프로젝션이다. 체코 작곡가 스메타나의 ‘나의 조국’과 이베르의 플룻 콘첼토가 흐르면서 극도로 클로즈업된 추상적 이미지가 함께 움직이는데 이것은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지휘자의 뒷모습 옷자락이다. 음악의 박자와 선율에 따라 함께 오르내리는 음영의 높낮이를 통해 관객은 소리를 눈으로 보는 듯한 경험을 하게 된다. 청각과 시각의 상호의존 및 융합에 관한 작업으로, 제목(And We Move)은 실제로 지휘자가 연주자들과 연습할 때 사용하는 용어라고 한다.
서울에서 태어나 6세 때 미국으로 온 신진은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가 이미 미술계의 차세대 주자로 집중 조명한 바 있는 뉴욕 거주 아티스트로, 프랫 인스티튜트에서 회화를 전공하고 이 대학원에서 미술사와 비평으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스코웨건 회화조각 학교에서 회화와 조각을 공부했다. 뉴욕 MoMA 현대미술관을 비롯, 워싱턴의 스미스소니언 뮤지엄, 필라델피아의 패브릭 웍샵 뮤지엄, 애리조나 스캇츠데일 현대미술관에서 개인전을 가졌고, 뉴욕시 공공미술 작가로서도 여러 개의 작품을 설치하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신진은 헌옷, 신발, 안경, 우산, 열쇠, 컴퓨터 자판, 트로피, 복권티켓 등 버려진 사물, 생활 속의 물건들을 오랫동안 모아 기념비적인 대형 조형물로 탈바꿈시키는 작업으로 현대사회의 정체성을 표현하고 있다.
예를 들면 ‘에브리데이 모먼츠’(Everyday Moments)는 수많은 사람들이 기증한 크고 작은 트로피 2,000개를 모아 나열한 것이다. 당첨되지 않은 수천 장의 복권티켓을 일일이 접어서 쌓아 도시의 모습을 조형화한 ‘기회의 도시’(Chance City), 엄청나게 많은 넥타이를 철조망에 매어놓은 ‘언타이드’(Untied), 수많은 처방 약병을 쌓아올리고 샹들리에처럼 매달아 놓은 ‘케미컬 밸런스’(Chemical Balance III), 2만2,528개의 컴퓨터 자판을 모아 직물처럼 변모시킨 ‘텍스타일’(Textile), 자판의 키(enter, control, shift, alt, esc, return, home 등)를 벽면을 따라 배열한 ‘키 프라미시즈’(Key Promises) 등 우리가 매일 사용하면서도 무가치하게 대했던 오브제들을 모아서 완전히 다른 결과물로 재창조하는 작업이다.
그에 대해 카파 심사위원들은 “무가치하게 버려진 물건들을 모으고 꼼꼼한 솜씨로 마력적인 조각품으로 재창조함으로써 특별한 감수성과 감정이입을 보여준다. 그의 예술은 보는 이로 하여금 보잘 것 없는 사물들도 그것을 한때 소유하고 사용했던 사람이 거기에 투자한 이야기들과 역사, 의미로 인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고 평했다.
생명이 없는 현대사회 생활용품, 기능을 상실했으나 개인의 흔적인 담긴 폐기물에서 추억을 끄집어내 교감하고 싶어 하는 신 작가는 인생의 분비물을 예술로 승화시켜 현대사회의 그룹 초상화를 만들고 있다. 아티스트 스테이트먼트에서 그는 설명한다.
“부러진 우산이나 당첨되지 않은 복권티켓 같은 보잘것없는 사물들은 더 이상 쓸모없기 때문에 이내 잊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전의 삶의 흔적을 갖고 있다. 이런 일상의 허물을 수백 혹은 수천 개씩 함께 쌓아올려 재건축한 나의 조각품, 비디오, 인스톨레이션은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각자의 개성과 다양성을 읽을 수 있다. 개인의 정체성과 그룹의 정체성, 하나와 전체, 사소한 것과 과도한 것 사이를 끊임없이 넘나드는 나의 설치물에서 나는 우리의 집합적인 추억, 욕망, 실패와 연결된 오브제의 과거를 상기한다”전시회 오프닝 리셉션은 21일 오후 6~8시.
LA 한국문화원 5505 Wilshire Blvd. LA, CA 90036, (323)936-3014(최희선)
<정숙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