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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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완치의 날은 언제쯤?

2013-05-29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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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 상 훈 <암 전문의>

“암이 완치될 날이 과연 올까요?”필자가 자주 받는 질문이다.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답은 “글쎄요…”였다. 1958년에 항암제 5-FU가 개발된 이래로, 많은 연구와 돈이 암 완치라는 목표를 위해 투자되었다.

그러나 암은 난공불락의 성이었다. 수술이나 방사선 치료는 조기암 치료는 가능하나, 이미 다른 곳으로 퍼진 암에는 한계가 있는 치료법이다. 진신치료제인 항암제는 빨리 성장하는 세포는 정상세포건 암이건 간에 무조건 죽이기 때문에 부작용을 수반하고, 완치할 수 있는 암들이 제한적이다.

암의 근본치료가 어려운 여러 가지 이유들이 최근에 와서야 발견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원인은 암 줄기세포(cancer stem cells) 때문이라는 설명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악성 종양세포도 정상 세포와 마찬가지고 줄기세포로부터 분화하는데, 기존의 치료는 이미 분화된 암 세포들은 죽일 수 있지만, 그 모체가 되는 줄기세포는 죽이지 못하기 때문에, 악성 종양이 결국 전이 및 재발을 한다는 이론이다.

항암제에 대한 내성(resistance)이 생기는 것도 치료가 어려운 원인이다. 치료로부터 살아남은 암세포가 다시 번성하기 때문에 기존의 치료는 더 이상 듣지 않게 된다.

그런데 제자리를 걷고 있는 것 같던 암 연구에 1980년대 후반부터 혁신적이고 희망적인 연구결과들이 발표되었다. 그것은 바로 표적 치료제(targeted therapy)의 개발이다. 기존의 항암제가 정상세포에도 해를 입히는 것과 달리, 표적 치료제는 암 발생과 성장에 관여하는 분자만 골라 공격함으로 부작용을 줄일 뿐만 아니라 보다 효과적으로 암만을 선별해 공격할 수 있게 되었다.

임파선암이나 만성 백혈병에 사용되는 Rituximab(Rituxan), 만성 골수성 백혈병에 승인된 Imatinib(Gleevec), 신장암(Renal cancer)의 Sunitinib(Sutent), Sorafenib(Nexavar), Temsirolimus(Torisel) 등의 개발로 암 환자의 생존기간과 삶의 질이 향상되었다.

현재는 이미 20여가지의 표적 치료제가 승인되어 사용되고 있고, 100여가지의 새로운 표적 치료제가 임상실험을 거치고 있다.또한 암처럼 빨리 성장하는 세포는 많은 혈류가 필요하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혈관을 만들어 내는 기능이 있다. 이런 혈관생성을 억제하여 암을 고사시키는 전략을 사용하는 약제인 Bevacizumab(Avastin)이 현재 대장암, 폐암, 뇌암, 난소암 등의 다양한 암의 치료에 항암제와 병용되어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암 완치의 길이 열렸다고 단언하기는 아직 이르다. 아직 그 어떤 표적 치료제도 암을 완치하지는 못한다. 이제 길고 긴 어둠의 터널 끝에 작은 희망 섞인 불빛이 보이기 시작한 정도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표적 치료제가 암을 완치할 것이라고 자신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암을 고혈압이나 당뇨병과 같은 만성병처럼 다룰 수 있게 될 날은 그리 멀지 않았다.

앞으로의 암 치료는 환자 개개인에 맞춰서 다양한 종류의 표적 치료제를 기존의 치료에 병용하는 방식이 될 것이다. 암 완치의 희망은 계속된다! 문의 (213)388-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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