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검은 대륙의 원초적 아름다움에 흠뻑”

2013-05-20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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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제의 인물-아프리카 미술품 딜러 어니 울프

▶ 케냐 공예품 반해 미국에 첫 소개 샌타모니카 갤러리서 30여년간 전시

“검은 대륙의 원초적 아름다움에 흠뻑”

어니 울프가 로버트 그래함의 청동부조‘피시, 워터, 돌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검은 대륙의 원초적 아름다움에 흠뻑”

아프리카 공예품을 모아놓은 ‘터카나 프리미티브’ 전시장.

‘샌타모니카의 리틀 도쿄’라고 불리는 소텔(Sawtelle) 길, 번화한 식당가에서 북쪽으로 서너블럭 더 올라가면‘어니 울프 갤러리’(Ernie Wolfe Gallery)가 나온다. 위치상으로나 겉보기엔 그리 대단해 보이지 않는 소박한 화랑이지만 일단 갤러리 주인 어니 울프를 만나게 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바로 옆에 붙은‘터카나 프리미티브’(Turkana Primitive)까지 2개 화랑을 운영하는 어니 울프는 케냐 공예품을 미국에 처음 소개한 아프리카 미술전문가로, 워싱턴 DC의 스미소니언 박물관이 1979년 그의 컬렉션으로 미국 최초의 케냐미술전을 열었던 이 분야의 선구자요 개척자로 꼽힌다.

아프리카 대륙에서도 케냐와 가나, 두 나라의 미술품 전문가인 그는 윌리엄스 칼리지 대학시절인 1975년 케냐에 스쿠바 다이빙 강사로 갔다가 독특하고 예술적인 생활공예품에 반해 컬렉트하기 시작했으며 이 공예품들을 미국에 가져왔을 때 사람들이 너무 신기해하고 좋아하는 것을 보고 아프리칸 아트 딜러로 나섰다.

가나에서는 1991년부터 영화포스터들을 수집해왔는데 밀가루 포대 천에 손으로 그린 포스터가 보통 재미있는 그림들이 아니다. 제대로 된 영화관이 없는 가나의 시골동네들은 야외에서 작은 TV수상기를 가져다 놓고 손으로 제너레이터를 돌려가며 영화를 상영하는데 이를 홍보하는 수단이 그림 포스터라고 한다. 대개 미국영화 포스터들인데 현지 화가들이 나름대로 상상력을 발휘해 묘사한 그림들을 들여다보면 지금 서방국가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순박한 포스터의 원형을 찾아볼 수 있다.


케냐와 가나를 각각 20번도 넘게 다녀왔고 스와힐리어도 할 줄 안다는 그는 81년 소텔 거리에 갤러리를 열고 아프리카 공예품을 전시 판매하기 시작, 88년에는 아예 건물을 구입해 옆 공간은 모던 아트 갤러리로 꾸몄다. 지금까지 30여년간 ‘터카나 프리미티브’에서는 아프리카 미술품을, ‘어니 울프 갤러리’에서는 현대작가들의 기획전을 열고 있다.

그림을 구경하러 들어갔다가 한시간반 넘게 넋을 잃고 그의 이야기를 들었는데 정작 놀란 것은 돌아와서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그에 관한 기사들이 이미 지난 10여년 동안 월스트릿 저널, 뉴욕타임스 매거진, LA타임스 매거진을 비롯한 여러 아트 미디어들에 수차례 특집으로 소개된 것이었다. 아프리카 미술품 딜러로서 특이한 삶을 살고 있는 어니 울프라는 인물과 그가 2007년 샌타모니카에 건축해 살고있는 아프리카 주제의 독특한 집에 관한 기사들이다.

‘현대판 헤밍웨이’로 불리는 어니 울프는 그 자신의 스토리만으로도 책 열권은 쓰고도 남을 만한, 기인이라 해도 좋을 아주 특이한 인물이다. 자신을 ‘어부’(fisherman)이라고 소개하는 그는 사냥꾼이며, 모험가이고, 스쿠바 다이버, 궁수, 미술품 콜렉터로서 역동적인 인생을 살아왔다.

“자기가 먹을 것을 사냥하는 지구상에 마지막 남은 진짜 남자”라고 말하는 친구도 있을 정도로 일상적으로 사냥하고 낚시하여 툭하면 친구들을 불러다 요리해 먹이는 그는 특히 랍스터와 멧돼지, 성게 잡이의 명수로 유명하다. 또한 그 친구들이란 사람들이 대부분 이름만 대면 알만한 화가, 배우들, 금융가, 의사, 건축가, 디자이너, 변호사 등 실로 다양한 사람들인데 다들 오랜 우정을 나누며 격이 없는 관계를 유지해온 진짜 친구들이다.

건축가인 친구 스티브 얼리크가 지은 그의 집은 안팍으로 아프리카 생활 공예품과 현대 미술품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그 중에는 그가 자주 들어가 눕곤 하는 12피트짜리 랍스터 모양의 관도 있다.

아프리카에 관한 책도 여러권 집필한 그는 자신의 삶의 원동력을 ‘호기심’이라고 표현했다. 바로 그 때문에 낚시도 중요한 일이 된다는 그는 사냥하는 일이나 저녁을 준비하는 일이 다를 바가 없고, 사냥과 미술품 수집 또한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헤밍웨이를 좋아한다는 그는 어네스트란 이름을 가진 자신도 그와 비슷하게 살고 있음을 특별한 기쁨으로 생각하고 있다.

<글 정숙희 기자·사진 하상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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