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한인들은 빈혈에 대해 ‘어지럼증’과 동일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어지러움을 호소하는 환자의 다수는 전혀 빈혈증세가 없다.
빈혈이란 혈액을 순환하는 적혈구의 수가 적은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하나의 질병이라기보다 여러 질병에서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라고 하는 것이 보다 정확한 표현이다.
그렇다면 적혈구가 적은 것이 왜 문제인가? 우리 몸에서 적혈구의 주된 역할은 산소 운반이다. 즉 어떤 이유에서건 적혈구 수가 부족하게 되면, 우리 몸 구석구석이 필요로 하는 산소 운반이 잘 되지 않아 산소 부족현상을 초래하게 된다. 보통 산소가 부족하게 되면 어지러움이 생길 수 있지만, 쉽게 피로하게 되고 걷거나 계단을 오를 때 숨이 찬 것을 경험하는 것이 더 흔하다. 이 밖에도 두통, 가슴 답답함, 두근거림, 기억력 및 집중력 저하, 입맛 감퇴 등이 생길 수 있다. 얼굴, 입술, 손톱 등이 창백해 보인다.
빈혈은 어떻게 검사할 수 있는가? 물론 혈액검사로 쉽게 알 수 있다. 적혈구 수가 적은 것이 빈혈이지만, 보통 빈혈을 진단할 때는 적혈구 수보다는 헤모글로빈을 기준으로 진단하게 된다.
통상적으로 성인 여성은 12mg/dl 이상, 성인 남성은 13mg/dl 이상을 정상으로 본다. 헤모글로빈이 8mg/dl 미만으로 떨어지면 산소부족으로 인해 심장 등에 스트레스가 되기 때문에 수혈을 하는 경우가 생긴다. 보통 11mg/dl 이상의 경미한 빈혈은 증상이 거의 없는 경우가 많다.
빈혈은 증상이 다양하다. 그 중 가장 흔한 빈혈은 철 결핍성 빈혈이다. 헤모글로빈이 산소를 운반하는데 있어서 철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데, 바로 철분이 부족하면 빈혈이 생길 수 있다. 대개 폐경 전 여성에게서 생기는 빈혈은 철 결핍성 빈혈이 많은데, 이는 많은 생리양이나 임신으로 인한 철분 요구량 증가가 원인이다.
성인 남성에게서 철 결핍성 빈혈이 생기면 일단 위장관 계통 출혈을 생각해야 한다. 한국인에게 많은 위염, 위 및 십이지장 궤양 등의 양성 질환도 있지만, 위암이나 대장, 직장암 등의 악성 질환도 고려해서 내시경 검사를 권하게 된다. 철 결핍성 빈혈의 치료는 철분을 공급해 주는 것인데, 보통 붉은 육류, 녹청색 채소, 복숭아, 자두 등에 철분이 많이 들어 있으며, 비타민 C와 함께 섭취하면 흡수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음식으로 부족한 경우는 철분약을 복용한다. 다음으로 흔한 빈혈의 원인은 만성 질환에 의한 빈혈이다. 특히 신부전, 각종 관절염, 감염, 자가 면역성 질환, 암 등으로 인해 생긴다. 철분 등 적혈구를 만드는데 필요한 재료는 충분히 있지만 이를 효율적으로 이용을 못해서 생긴다. 이런 경우 적혈구를 증가시키는 EPO라는 단백질 주사가 도움이 될 수 있다.
골수의 문제로 빈혈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혈중 백혈구, 적혈구, 혈소판 등의 세포는 보통 골수, 즉 뼈 안에서 만들어진다. 골수에서 정상적인 세포를 충분히 만들어내지 못하는 질병으로 골수 이형성 증후군(myelodysplastic syndrome)이 있다. 이를 진단하기 위해서는 골수검사가 필요하다. 골수 이형성 증후군은 백혈병 전 단계 병변으로 1년 이내에 급성 백혈병으로 진행하는 악성인 경우도 있다.
치료로 여러 가지 약들이 있지만 근본적인 치료를 하려면 조혈 모세포 이식을 해야 한다. 헤모글로빈 수치가 낮다거나 위에 열거한 증상들이 발생하는 경우는 혈액질환 전문의에게 자문을 구하는 것이 병을 조기에 진단하여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다. 문의 (213)388-0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