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비

2013-03-2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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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해연 / 화가

나비는 비로소 껍질을 벗어야만 나비로서 날 수가 있다. 애벌레로 있을 땐 스스로의 껍질을 먹으며 자라다, 문득 화려하고 멋진 날개를 펼치며 세상을 향해 눈부신 가루를 뿌리는 것이다. 더 이상은 참을 수 없어, 그 껍질이 더는 날개를 가두어 두지 못해 - 찢어지는 아픔으로 나비는 태어나는 것이다.

하나의 세상에서 또 다른 세상으로 다리를 건너 다시 태어난, 전혀 다른 삶의 시작이다. 그 찢어지는 아픔이 오히려 더 아름답고 강하고 눈부신 날개를 만들어 준 보상이며 축복일 것이다. 이 세상 어떤 것도 쉽게 얻어지는 것은 없다.

요즈음은 점점 더 모든 것이 어렵게 느껴지고 두렵다. 예전처럼 무엇을 하든 모르고서 하는 것은 쉬웠다. 무엇을 하는 것인지도 모르면서, 즐겁고 행복하고 스스로 대견하다는 우쭐함으로 용감했다.


버리고 싶지 않아도 놓아야 하는 것이 있고, 갖고 싶어도 가질 수 없는 것이 있다. 그렇지만 지금의 이 자리는 무엇보다 소중하며 귀하다. 못나고 주름지고 오그라진 껍질 속에서 화려하고 멋진 나비가 때를 기다리며 자신의 껍질을 먹듯이, 지금은 그냥 기다리는 것이다.

아직도 많이 모자라고 이루고자 하는 것이 많을지라도 그냥 감사하고 또 감사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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