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진 재주도 많지만 하고 싶은 일도 많아 곧 다가올 본격적인 대학 입학 준비를 앞두고도 아직까지 장래 진로를 결정하지 못해 행복한 고민에 빠진 임예림(16·롱아일랜드 미네올라 고등학교 11학년·미국명 조이스)양.
진로에 따라 선택해야 할 대학 전공을 놓고도 마음이 수십 갈래지만 변함없이 확실한 한 가지는 장차 어떤 분야에서 무슨 일을 하든지 소외된 이웃을 돌아보며 남에게 도움을 주는 삶을 사는 것이라고.
현재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분야는 의사나 교사. 한때 신학공부도 생각해봤지만 일명 ‘콜링’이라고 부르는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지 못해 아직은 기도 중이란다. 남에게 베푸는 삶을 살아가는 즐거움은 이미 학교 봉사활동으로 조금씩 깨달아가고 있는 중이다. 9학년 때부터 또래 친구들의 학업을 도와주는 교내 봉사는 물론 지역사회 너싱홈을 정기 방문해 할머니·할아버지들의 말동무가 되어주고 저소득층 히스패닉계 초등학생들에게 무료 학업지도도 해주고 있다.
봉사활동을 하면서 가장 크게 얻은 교훈은 남을 도와줬을 때 자기 자신이 얻는 것이 늘 더 많다는 것이었다고. 너싱홈과 저소득층 학생 공부방에서 만난 사람들이 모두 자신이 그들과 함께 한 공간에 있어준 것만으로도 감사하며 기뻐해하는 모습에 자신 스스로가 더욱 겸손해지게 됐단다.
학교에서는 이외에도 환경클럽 회원으로 지역사회 쓰레기 치우기를 비롯해 지역주민들에게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알리고 재활용을 장려하는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또한 재즈 밴드 클럽에서는 피아노를 맡고 있고 다이내믹스 클럽에서는 팝송을 부르며 학교에서 콘서트 활동도 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아카펠라 클럽에도 당당이 오디션을 거쳐 선발돼 아카펠라 콘서트 활동도 활발하다.
그런가하면 활동이 간헐적으로 이어지다 한때 명맥이 끊어졌던 기독학생 클럽도 지난해 친구들과 함께 힘을 합쳐 부활시켜 학교의 정식 학생클럽으로 승격시키는데 한몫을 단단히 했다.
최근까지는 뮤지컬 클럽 활동으로 한창 바쁜 나날을 보냈다. 평소에도 워낙 노래하고 악기 다루는 일을 즐기다보니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현재까지 매년 빠짐없이 학교에서 학생들이 제작하는 대규모 뮤지컬 공연 무대에 올라왔다. 노래 실력은 이미 지난해 올 스테이트와 올 카운티는 물론 모두의 선망인 우먼스 코러스에도 선발됐을 정도로 자타가 공인하는 수준이다.
학교 오케스트라와 챔버 앙상블에서는 초등 2학년 때부터 익혀 온 바이얼린 실력을 뽐내고 있다. 별도의 개인지도 없이 학교에서만 배운 실력으로 학교 밖에서는 뉴욕클래시컬유스오케스트라에서 제1바이얼린 주자로도 활약하고 있다.
초등 2학년 때부터 갈고 닦아 온 피아노 실력은 바이얼린보다 훨씬 뛰어나다. 교회에서는 찬양팀 반주도 맡고 있다. 최근에는 통기타도 독학으로 익히고 있다. 자신이 부르고 싶은 노래의 거의 대부분은 기타 반주가 가능한 경지에 도달한 상태다. 앞으로 첼로와 섹서폰도 독학으로 익힐 참이다.
손재주도 많아 뜨개질과 바느질을 비롯해 매듭 만드는 일도 취미로 즐기고 있고 때마다 주변사람들에게 전달하는 카드는 거의 대부분 손수 만들어 선물할 정도다.
학원 공부 한 번 한 적 없이도 미네올라 중학교를 차석으로 졸업한 실력자답게 학교에서는 우등생 중에서도 최고의 우등생을 일컫는 하이 어너 학생이기도 하다. 사회나 역사과목보다는 수학과 과학과목을 더 좋아하고 매스팀에 소속돼 타 학교와 수학 올림피아드에서 정기적으로 실력도 겨루고 있다.
우수한 학업성적을 유지하면서 이처럼 많은 클럽 활동까지 대단한 활약으로 꾸준히 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슨 활동이든 즐기며 하는 것과 철저한 시간관리 능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단기보다는 장기적인 시간관리 능력이 더 좋은 것 같다는 것이 스스로에 대한 평가다.
퀸즈에서 태어난 2세지만 한국어 실력도 거의 완벽에 가깝다. 가정에서 한국어 사용은 기본이고 롱아일랜드한국학교(교장 고은자)에 재학하며 그간 쌓은 한국어 실력을 기반으로 다음 달 20일에는 국립국제교육원이 주관하는 제30회 한국어능력시험(TOPIK)에서 고급 과정에 도전한다. 학교에서 현재 제2외국어로 배우는 서반아어에 이어 대학에서는 불어와 일본어 등도 섭렵하고 싶다고.
지난해부터 시작한 미주한인청소년재단의 차세대 지도자 양성 프로그램인 ‘와플(WAFL)’을 통해서는 한인사회와 한걸음 더 친밀해졌고 대중연설과 지도력 함양 및 정체성 강화에도 도움을 받고 있단다. 학교에서는 총학생회에서도 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자신을 스스로 ‘코리안 아메리칸’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한국어와 영어를 이중으로 구사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생각이어서 앞으로도 한국어 실력을 꾸준히 강화하는데 힘쓰고 싶단다. 자신이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가장 뿌듯하고 자랑스러웠을 때는 특히 올림픽 경기 등을 지켜보고 있을 때였다고.
최근 한국의 대중문화를 자주 접하지 않아 많이 알지 못하지만 학교가 각 학년당 아시안이 10여명도 되지 않을 정도로 타인종이 많은 만큼 앞으로는 학교 친구들에게 K-POP을 비롯한 한국의 문화를 더 많이 알리고 싶은 계획도 갖고 있다.
늘 성실한 모습으로 믿음 안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부모님이 자신이 가장 존경하는 역할모델이라는 임양은 뉴욕평화교회 임병남 담임목사와 인쇄·판촉물 등을 전문으로 하는 예림기획 대표인 임현미 사모의 장녀로 아래로는 두 살 터울의 쌍둥이 남동생이 있다. <이정은 기자> juliannelee@korea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