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대통령이 12일 열린 의회 국정연설에서 가장 강조한 부분은 예상대로 경제 살리기였다. 경제 성장엔진을 재점화하기 위해 제조업을 부활시키겠다고 강조하는 한편 일자리 창출, 중산층 살리기 등의 정책에도 역점을 두겠다고 연설했다. 반면 집권 1기부터 줄기차게 시행해 온 주택시장 개혁정책에 대한 언급은 많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그동안 실시되어 온 각종 주택 개혁이 당장 멈춰지는 것은 아니다. 국정 연설에서 특별한 언급은 없었지만 1기 시행돼 온 각종 구제책 외에도 새로 시행될 예정인 정책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오바마 집권 2기가 주력할 주택시장 관련 정책과 방향, 업계 반응 등을 알아본다.
‘정부 보증 없는 모기지도 보호’골자… 난항 예상
HAMP 일환‘이자율 매입’등 융자조정도 마련 중
■‘메넨데즈-박서’ 법안
오바마 1기 집권 말기 여러 주택시장 관련 정책개정이나 시행과정에서 ‘연방 주택금융국’(FHFA)과의 충돌이 잦았다. 금융업계 감독기구인 FHFA는 정책들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모기지 원금 삭감안, HARP 재융자 프로그램 규정 개정 등에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오바마 행정부는 지난해 로버트 메넨데즈(민주·뉴저지)와 바바라 박서(민주·가주) 상원 의원 등을 앞세워 HARP 규정을 개정하기 위한 이른바 ‘메넨데즈-박서’ 법안을 제정하기에 이르렀다. 법안은 FHFA의 거부로 실패한 HARP 수수료 면제, HARP 1년 연장안, 타은행 발급 대출 재융자 때 은행 기준완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법안은 현재 올 봄으로 예정된 상원의 표결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공화당이 우세한 하원 표결에 통과할 지는 불투명한 상태다.
■‘유니버설’(Universal) 재융자 법안
오바마 대통령은 1년 전쯤 HARP 재융자 프로그램을 정부 무보증 모기지 대출에까지 확대 실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연방주택국’(FHA)이 재융자된 대출을 보증하거나 패니매나 프레디맥이 매입하는 방식으로 재융자 프로그램을 확대해 나가야 주택시장을 살릴 수 있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시행에 어려움이 많아 아직까지 법안이 구체화 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우선 ‘재원고갈’ 상태에 빠진 FHA가 재융자 후 새로 발급될 모기지 대출을 보증하는 계획이 현재로서는 거의 실현 불가능하다. 또 패니매나 프레디맥이 재융자 후 신규 발급된 대출을 사들이려면 기존의 다운페이먼트 규정을 일시적으로 개정해야 하는 어려움도 따른다.
재융자 대상 주택대출이 대부분 80%가 넘는 담보대출 비율(잔존가치 비율 20% 미만)인 반면 현재 패니매와 프레디맥의 규정에는 잔존가치가 20% 미만인 대출을 추가보험 등의 조치 없이 매입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제프 머클리(민주·오리건) 상원의원이 법안을 구체화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조만간 소개될 예정이다.
법안 시행에 대한 우려의 의견이 많다. 법안이 제정되고 의회 통과 및 시행되는 데까지 오랜 기간이 필요하다. 또 그때까지 ‘깡통주택’ 소유주들이 연체 없이 모기지 페이먼트를 꼬박 납부하기 힘들고 재융자 자격의 크레딧 유지하기도 힘들 것이라는 우려다. 따라서 프로그램이 시행 되더라도 혜택 폭은 약 50만명 미만이라는 것이 업계의 예측이다. 또 패니매와 프레디맥 등 정부 금융기관의 역할을 줄이려는 움직임과도 역행한다는 지적이다.
■‘이자율 매입’(The Interest-Rate Buy-Down)
난항이 예상되는 ‘유니버설’ 재융자 법안의 의회 통과가 무산될 경우를 대비해 재무부는 현재 별도의 융자조정 구제 프로그램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이자율 매입’ 프로그램을 알려졌으며 오바마 행정부가 시행한 HAMP 융자조정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실시될 예정이다.
‘깡통주택’ 소유주 중 모기지 페이먼트 연체가 없는 소유주를 대상으로 이자율을 낮춰주고 이자율 인하에 따른 차액은 정부가 은행 측에 보상하는 방식이다. 보상에 필요한 자금은 HAMP 관련 미집행 예산을 사용하게 된다.
재무부 측이 이미 지난달 이자율 매입과 관련된 구체적인 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자율 매입보다는 재융자를 통한 모기지 구제를 선호한다는 입장이다.
이자율 인하 등 융자조정을 통한 구제가 기준을 완화시킨 재융자 시행보다 실효가 떨어진다는 판단 때문이다. 만약 의회에서 새로 ‘유니버설 재융자’ 법안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이자율 매입 프로그램 시행이 예상된다.
■‘HARP’ 재융자 프로그램
2009년 6월 이전 발급된 모기지 대출 가운데 국영 모기지 업체인 패니매나, 프레디맥이 보증을 선 대출에 대해서 재융자를 실시해 주자는 프로그램이다. 주택시장 정점기에 주택을 구입했으나 가격폭락으로 인해 재정 어려움을 겪게 된 주택 소유주들을 구제하기 위해 고안됐다. 일반 재융자 절차와 달리 모기지 연체기록이 없어야 프로그램 신청이 가능하다. 프로그램 시행초기 신청대상은 담보대출 비율이 시세의 80~105%인 주택 소유주로 제한됐다. 이후 2009년 비율을 125%까지 상향 조정했으나 혜택을 받는 비율은 저조했다.
결국 2011년 말 오바마 행정부, ‘연방준비은행’(Fed), ‘연방주택금융국’(FHFA) 등은 프로그램을 대폭 손질해 기준을 크게 낮췄다. 이후 참여율이 올라가며 혜택을 받는 주택 소유주도 늘게 됐다. FHFA는 지난해 기준을 더욱 낮춘 이른바 ‘HARP 2.0’을 시행, 지난 한해 2011년의 두 배인 약 100만건의 재융자 실시했다. HARP를 1년도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지만 연장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올해 말 종료될 예정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현재 HARP와 비슷한 재융자 프로그램을 추진중이다. ‘연방주택국’(FHA) 보증 모기지 대출 중 역시 2009년 6월 이전에 발급된 대출을 대상으로 재융자 혜택을 제공하겠다는 내용이다. 재융자 실시로 인해 인상되는 모기지 보험을 면제해 주는 것이 프로그램의 큰 장점이다.
HARP는 시행 초반 저조한 참여와 실적으로 업계의 많은 우려를 받았다. 반면 개정을 거듭한 끝에 결국 대체적으로 성공적인 프로그램이라는 것이 최근 업계의 평가다. 그러나 일부 대출 은행이 ‘깡통주택’ 소유주들의 재융자를 실시하는 과정에서 높은 수익을 챙기고 있다는 비난도 있다.
<준 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