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결혼 합법화 법 준수냐, 신앙 양심의 자유냐
2013-01-12 (토) 12:00:00
오바마 대통령이 동성 결혼을 공식적으로 지지하고 메릴랜드주가 지난 해 동성결혼허용법안을 통과시키는 등 ‘기독 신앙’에 반하는 사회 분위기 및 법 제도의 확산이 미국 내 크리스천들의 삶에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
볼티모어 선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애나폴리스에 소재한 여행업체 ‘Discover Annalpolis Tours’는 일년에 5만달러의 수입을 올리는 결혼식 관련 상품을 접기로 했다. 동성애를 반대하는 크리스천의 양심에 비추어 동성애자들이 서비스를 요구할 때 이를 거절할 경우 법을 어겼다는 이유로 소송을 당할 것이 뻔하기 때문. 이 회사는 그런 위험을 감수해야하는 사업을 지속하기 보다는 일정 수입을 포기하기로 했다.
얼마 전 ‘버몬트 컨트리 인’의 공동 소유주들도 더 이상 결혼식 서비스는 하지 않기로 결정을 내렸다. 레즈비언 커플의 리셉션을 허용하지 않자 소송을 당해 거액을 배상하는 호된 경험을 한 뒤다.
이런 비슷한 사례는 콜로라도주에 있는 제빵업체에게도 발생했다. 이 업소의 주인은 게이 커플에게 결혼 케이크를 팔지 않겠다고 선언했는데 그는 “크리스천으로서 나의 양심을 팔기 보다는 가게 문을 닫겠다”며 버티고 있는 상태다.
이처럼 게이, 레즈비언, 양성애자 등 다양한 성의 형태를 모두 인정하는 것이 평등이라는 인식이 보편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크리스천들은 “그것이 신앙인의 양심을 거스르고 자신이 믿는 신조에 위반되는 것이라면 역차별이 아니냐”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성의 방식에 상관없이 동등한 권리와 혜택을 법이 보장하는 것이 ‘동성결혼허용법안’의 근본 정신인 것처럼 선전 되고 있지만 헌법이 보장하는 종교의 자유가 거꾸로 침해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미국 헌법 수정 조항 1조는 ‘의회는 국교를 정하거나 종교를 금하는 법을 정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자신들이 믿는 교리에 따라 행동할 수 없도록 국가가 정한다면 헌법을 정면 부인하는 것이라고 이들은 설명한다.
동성애를 반대한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당하는 또 하나의 사례가 11일자 워싱턴 포스트에 보도됐다.
이번엔 조그만 지역 사업체가 아니라 오바마 대통령 취임식에서 축도를 담당한 성직자가 논란의 초점이어서 더욱 관심을 끌고 있는데 그는 소위 ‘메가 처치’로 통하는 대형교회를 이끌고 있는 루이 기글리오 목사다.
포스트에 따르면 애틀랜타에서 ‘패션 시티 쳐치’를 담임하고 있는 기글리오 목사는 1990년대에 동성애를 강하게 반대하는 설교를 한 바 있으며 이 사실이 드러나 비난을 받자 그는 취임식 참석을 취소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식에서 동성애를 반대하는 복음주의 계열의 목사가 기도를 맡은 것은 기글리오 목사가 처음은 아니다. 4년 전 첫 취임식 때 참여한 새들백교회의 릭 워렌 목사는 설교에서 공공연하게 동성애를 비판했었지만 당시 그의 초청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었다.
그러나 기글리오 목사 사태에서 보듯 당시와 비교해 미국인들의 동성애에 대한 인식이 크게 달라졌다.
통계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2006년 동성애를 지지한다는 주민은 36%였으나 2012년은 53%로 반을 넘어섰다. 이와 같은 의식의 변화는 ‘포스트-워렌’ 시대에서 더욱 분명해졌고 일부 종교 전문가들은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사회적 조류가 변하는 순간)’를 넘어섰다고도 분석하고 있다.
한편 이처럼 되돌이킬 수 없는 성도덕에 대한 인식 변화의 급류 속에서 한인교회들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특히 동성결혼이 합법화된 메릴랜드주의 한인 목회자들은 더욱 그렇다.
메릴랜드주가 아직은 성직자들에게 동성애자의 결혼 주례를 의무화 하지는 않았지만 언젠가는 성경의 가르침에 따라 설교하지 못할 때가 오지 않겠느냐며 한인 교회들은 정관에 아예 동성애자를 성도로 받지 않는 조항을 명시하는 등 대책 강구에 부심하고 있다.
<이병한 기자>